윤구영 남해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윤구영 남해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어느 무료한 휴일날 오래간만에 TV프로그램 중 하나인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게 되었다. 학생 때는 늘 즐겨보던 프로였으나 언젠가부터 잘 보지 않아 프로그램이 폐지된 게 아니었나 했었는데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방영을 하고 있어 보게 되었다.
그 날의 주인공은 사자도 표범도 아닌 ‘하이에나’였다. 우리는 하이에나  하면 가왕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가사에도 나오듯이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헤매고 깡패처럼 떼로 몰려다니며 남이 사냥해놓은   사냥감을 빼앗아먹는 한마디로 양아치 같이 비열한 짐승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방영된 하이에나에 관한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던 고정관념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이제 갓 어미젖을 떼고 사냥을 시작한 어린 하이에나와 어미 하이에나가  정글의 밀림에서 함께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경험이 없는 새끼 하이에나가 혼자서 사슴사냥을 한다고 무작정 덤비다가 다리를 다쳐 절뚝이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멀리서 느긋이 앉아 졸린 듯한 눈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덩치 큰 수사자가 다리를 다친 새끼 하이에나를 잡아먹기 위해 벌떡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뛰기 시작했다. 그 때 중간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안절부절 하던 어미 하이에나가 갑자기 사자의 앞으로 뛰어가 얌전한 고양이처럼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것이었다. 다리를 다친 새끼에게 도망 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사자에게 먹이로 내 준 것이었다. 사자는 다쳐서 도망가는 새끼 하이에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어미 하이에나의 목을 덥석 물어 죽였고 그 사이에 새끼 하이에나는 사자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달아났다.
하이에나 하면 늘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인 비열함, 치사함 등으로 도배되어 있던 나의 머릿속은 순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야수다운 품위라고는 단 1%도 없고 떼로 몰려다니며 남의 사냥감이나 뺏어먹는 저런 치사한   짐승에게서 어떠한 동물보다 뛰어난 순수한 모성애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그 날 하이에나가 내게 가르쳐 준 한 가지 교훈은 지금까지 나는 특정  대상에 대해 제한된 정보나 편견을 가지고 그 대상을 정의 내려왔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이었다
우리가 하이에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처럼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들은 정치라는 것이 골치아프고 귀찮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바쁘고 삶이 고달픈 우리서민들의 관심은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우리들을 열광시켜주는 스포츠나 마음을 달래주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에만 치우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가 논의되고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는 걸 다시금 인식해야하는 시점인 듯하다. 이제 6개월 정도 지나면 내년 4월 15일에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진다.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이라는 책에서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여기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도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끌고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라는 것에 대한 기존의 편견이나 가짜 뉴스에서 벗어나 우리 지역의 후보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어느 당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우리들을 잘 살게 해 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나는 하이에나를 예전보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미워하지는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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