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측면에서 바라본 장량상 동정마애비의 모습
▶ 측면에서 바라본 장량상 동정마애비의 모습
▶ 정면에서 바라본 장량상 동정마애비의 모습
▶ 정면에서 바라본 장량상 동정마애비의 모습

자연바위에 글자나 그림을 새긴 비를 마애비라고 하는데 이런 마애비 중의 하나인 장량상 동정마애비가 경남 남해군 남해읍 선소리 192-9번지에 소재하고 있다. 
이 비는 명나라 장수 장량상이 동쪽을 정벌한 후 전승을 기념하고 명나라 군대의 승리를 자축하고자 동정시를 써서 바위에 새긴 것이라고 한다. 장량상이 이여송 진린의 전공을 기록함과 동시에 자신 또한 선소왜성이 있는 이곳까지 일본군을 토벌하려 왔다는 것을 기록한 것이다. 더 부연하면 1598년(선조31년) 관음포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노명연합 수군에 패한 일본군 500여 명이 관음포로 물러나면서 남해 섬으로 올라와 선소왜성으로 도망쳤고, 일본군 패잔병들은 남해선소마을 어민의 배를 훔쳐 타고 일본으로 도망갔다는 것이다. 

비석의 형태는 커다란 자연석의 윗면을 직사각형으로 평평하게 갈아 글을 새겼는데, 어느 역사학자는 노량해전 직후나 그 이듬해인 1599년에 새겨 놓은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마애비의 사각 테두리는 덩굴풀이 뻗어나가는 꼴을 그린 당초문 장식을 하였으며, 높이5m 폭1.5m 높이2.5m의 규모이며 12행 종서로 새겨져 있다. 

이 마애비는 1972년 2월12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어 풍화와 마모를 겪고 있다. 비문의 내용은 명 황제의 명을 받아 조선을 구원한 장군들의 활약상과 두 편의 詩로 이루어져 있다. 이 비에 새겨진 글자는 다행스럽게도 2017년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탁본을 떠서 현재 보관 중에 있지만 탁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위에 새겨진 원문을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하는 일일 것이다. 

이제 바위에 새겨진 글자는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이대로 둔다면 더 이상 보존 방법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만나게 된 이 바위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 예술인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바위를 깨끗이 세척한 후 투명아크릴판으로 글자가 새겨진 부분을 덧씌워 보존하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그냥 노출 된 것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품질이 더 보완되고 강화된 제품들이 신제품으로 많이 나오고 있으니, 글자가 새겨진 부분은 좋은 재료로 충분히 보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더 나아가 언급한다면 중국인들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아주 소중히 여겨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유물이라도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고 선조들이 남긴 의미를 기린다고 한다. 이것이 널리 알려진다면 당연히 흔적을 찾아 후손들은 이곳으로 발걸음을 하게 될 것이고 남해군은 예상치 못한 관광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바위는 그냥 무생물의 바위가 아니다. 역사가 숨 쉬고 있는 기록물이다. 이대로 둔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한 장수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문화재를 홀대한 낙인이 덩그렇게 찍히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비바람을 막기 위해 집을 짓는 것처럼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합당한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하고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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