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올해 두세 차례 태풍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태풍은 주로 여름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상기후의 영향인지 요즈음은 가을에도 발생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태풍이 닥쳐올 때마다 특히 우리 남해지역은 대부분이 농어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아 더욱 피해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태풍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는 하늘의 섭리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그 피해를 갸름할 때면 때로는 하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피해 정도를 보면 옛날에는 농작물의 유실이나 병충해에 의한 피해로 국한되기도 하지만 오늘날은 농작물뿐만 아니라 과학 문명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장애를 일으킴으로써 유발되는 피해 심리 입니다. 비록 물질적 피해까지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심으로 경험될 허무감이나 상실감을 만회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 또한 태풍이 엄습해오던 기간에 집으로 연결된 인터넷 선이 끊어져 며칠 동안 TV는 물론 인터넷마저 이용할 수가 없는 낭패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후 연이어 발생한 태풍이 도래한 그 날이 마침 개천절 공휴일을 끼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해당 업체와 기사에게 연락하였지만, 연휴라서 당장 고칠 수 없다는 이야기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태풍의 전후와 개천절까지의 5일 동안 문명의 최고 기기라 할 TV와 인터넷의 혜택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진 체 생활하게 된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 평소에 특별한 볼거리가 아니면 TV를 거의 보지 않은 터라 별문제 되지는 않습니다만 가족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몸과 마음은 이미 과학 문명의 영향력 아래서 한 치도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의가 사라졌다든가 위계질서가 없어졌다든가 하여 도덕이나 윤리가 사라진 시
대를 걱정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바보상자라 칭하는 TV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이 보급된 후에도 대화가 없어졌다거나 기본적인 인사치레는 물론 도덕의 부재로 사랑이나 자비 혹은 공경의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몸으로 다져질 생명력의 부재 역시 건강에 적신호가 일 정도로 신체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눈을 온통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에 집중할 때이면 청각은 손실되고 시각은 점점 나빠지면서 인간의 고유한 생명력마저도 멀어지게 하는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문명의 여파 속에서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의 생명력을 회복시켜 나가는 일입니다. 이것은 첨단 문명으로부터의 자유라든가 문명의 혜택 없이도 살아간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에게 부여된 잠재된 능력을 소멸시키려는 문명으로부터 자기를 지킬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성을 아우른다거나 자기를 돌아볼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간애(人間愛)의 발로라 할 성품과 마음과 몸 삼단을 소중히 하면서 자각(自覺)과 자득(自得)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 속에 잠재된 본래의 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나는 누구이며 문명의 이기로부터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는가를 가름할 주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록 아무리 바쁜 일상일지라도 하루 중 단 5분 만이라도 심호흡으로 내면을 조율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숨결을 부드럽게 하고 편안한 마음과 안정적인 심기를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자각이요 자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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