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문돌창고에서 열리는 끝을시작展을 안내해주고 있는 최승용 대표
▶ 시문돌창고에서 열리는 끝을시작展을 안내해주고 있는 최승용 대표

삶은 지난하다. 구불구불한 저 길 끝에 무엇이 서 있는지 모른 채 바다를 향해 실컷 노를 저었으나 궁극엔 작은 웅덩이 곁 낡은 의자에 잠시 앉았다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문 돌창고에서 만난 기록전시 <끝을 시작: 부정을 부정하지 않는다>를 보고 온 짧은 소묘다.
지난 4일, 오랜만에 찾은 3년차 돌창고는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돌창고 주변으로 평상에 앉아 미숫가루와 카페라떼 사이를 오가는 관광객들을 보며 이들에게 비치는 남해란, 남해의 매력이란 무엇으로 기록되고 있는지 살며시 궁금하기까지 했다. 12월 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두고 시문과 대정 두 돌창고를 운영해오고 있는 최승용ㆍ김영호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 주>

▪남해의 끝점 미조제빙창고와 시작점인 남해각휴게소가 문화공간으로 재생되고 있다. 현재 미조의 경우는 공사가 들어가기 직전이고, 남해각은 공사 중에 있다. 
총 40억원의 대형프로젝트의 밑바탕이 되는 기획을 맡은 게 돌창고프로젝트였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남해군 유휴공간 재생과정’ 을 담은 것이라 들었다 = 사실 이거저거 많이 한단 오해도 받기도 하는데 저희는 그저 남해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전국구의 좋은 분들이 참여해서 남해의 유휴(遊休)공간을 살려내도록 기회를 줄 수 있었던 건 남해군청이, 관광진흥담당관실이 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관광공사의 후원을 받아 진행했고 전시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남해를 찾은 관광객에게 ‘남해가 이런 방식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해 가고 있구나’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누구나 각자의 미로속에서 고군분투하는구나’하는 작은 깨침을 주고 싶었다.

▪남해각 이야기 자원 복원작업도 하고 있는 걸로 안다=남해대교는 남해의 에펠탑이다. 사진자료도 많이 들어왔고 인물들을 발굴해 직접 인터뷰도 채록하는 등 기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상당히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복원작업은 소중하다. 
예를 들어 미조냉동창고의 경우에도 어업전진기지로서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의 미조의 흔적, 유산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유휴공간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것과 닿아있는데 우리에게는 ‘물적증거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다 연결돼 있다. 어린 시절과 닿아있고 그때의 그 누군가와 닿아있지 않나. 이러한 연결점이 되어주는 물적증거물을 보존, 복원하는 작업은 소중하다.

▪유휴공간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선보이기 전까지는=이런 아카이브 전시의 경우 기록물 자체가 전문가에겐 유의미할 수 있으나 일반 관광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가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미로식 구성이었다. 지금 남해는 변하고 있다. 변화의 과정이 부딪치고, 수시로 어렵고 잘 안된다는 지점이 미로 같기도 하니 이 점에 착안했다. 3년간 돌창고를 운영해오면서 올해 초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게 그전엔 도시의 것을 남해로 가져오려 노력했다면, 이젠 오롯이 남해의 것을 찾아 보존지도를 만들어야지 결심했다는 점이다. 유휴(遊休)는 재생의 시작이자 실마리일 수 있다. 어쨌거나 전시 많이들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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