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마당은 비뚤어져도 장구는 바로 치자!’는 격언이 있다. 2003년 7월 하순으로 접어든 이 시점 남해군에서 살고 있는 군민들이 이 격언을 다시 한 번 되살려 명심하라고 충고할 대상이 있다. 누구인가? 바로 우리 지역언론이다.

최근 지역의 한 어른께서 필자를 불러 앉혀 놓고 “동일한 사안을 놓고 완전히 상반된 논조를 펴는 양 지역신문을 보면 우리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지 정말 헷갈린다. 두 지역언론이 남해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두 신문이 군민들을 양편으로 갈라 세우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야단을 치셨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마땅한 대답을 못했다. 이 지면을 빌어 “어르신, 한 가지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군민들의 통합정서를 깨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서로 다른 측면을 바라보게 하는 일이며, 거기서 군민들의 다양한 여론이 형성되는 것 아닙니까? 다만, 그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논제가 아니고 천박한 수준이었음에 어르신의 회초리를 달게 받고 앞으로는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역언론에 대한 현하 군민들의 평가를 전해주신 어르신뿐만 아니라 하영제 군수도 필자가 가진 취임 1년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지적했다. 군수가 그런 지적을 한 배경 또한 필자는 양 지역신문이 끼치는 해악을 견제하고 군수 차원에서 치유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지역언론을 뒤덮고 있는 이런 현실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일단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과 임상연 남해뉴스 편집국장의 악연에 따른 것이다. 임 국장은 김 장관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또 김 장관과 남해신문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수 차례 비판을 가해왔다. 과거가 현실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모양새이다. 과거의 잣대로 오늘을 재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참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지난주에 발행한 남해뉴스는 심지어 본지가 하 군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설문지를 조작까지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가 하 군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특정인을 깎아 내릴 목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일만큼 여유가 없으며 그래서 취할 수 있는 이득도 없다.

남해뉴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지가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제기했지만 내년 총선은 어떤 구도에서 어떻게 치러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사천시와 선거구가 통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필자는 언론이 상대방에 대해 비판할 때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3의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를 조작했다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가? 솔직히 우리는 이번 남해뉴스의 보도를 보면서 우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속곳까지 벗어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싸우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군민들의 정서를 해치고 피곤하게 할 뿐이다.

마당은 비뚤어져도 장구는 바로 치면 된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얼마든지 바르게 할 수 있다. 지역언론이 지금 이런 지경으로 내몰린 배경에는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세력들의 뿌리깊은 대결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람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언론이 스스로 어느 한편의 정치세력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들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정치철학이나 특정 사안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 옳고 그른지 분석하고 따지는 일이다.

부탁하니, 이제 좀 고급스러워 지자! 개인간 묵은 악연으로 군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굴레에서 벗어나자! 정말 군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남해군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한 발 앞서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를 지면에 실어보자! 언론이 논란의 중심에서 허우적댈 것이 아니라 논쟁의 중심에 서고 대안을 제시하는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그러지 않는다면 바른 정치가 자리잡을 수 있는 공간도, 바른 지역언론이 설 수 있는 공간도 좁아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