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마음은 무엇일까.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오직 저 종려나무만이 푸르다’고 말했던 레닌의 그 마음과 닮았을까.

정현태 전 군수가 시를 쓴다는 소식이다. 2002년 창간 이래 한국문학의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기획해 발굴해 온 계간지 <시작>의 2019년 가을호에 그의 시 ‘7월의 아침’ 외 1편이 수록되면서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다.
이러한 그의 등단 소식에 혹자는 “(정치는 않고) 이러고 계셔도 되느냐”는 반응과 “(시낭송하던 모습 때문이었는지) 예전부터 등단한 시인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공존했다.

9월 가을의 문턱, 남해성당에서 만난 정현태 전 군수에게 등단을 축하드린다며 넌지시 시작(詩作)의 동기를 물었다. 정현태 전 군수는 “제 마음의 스승인 분께서 한날 이제는 자기 시를 써보면 어떠하겠느냐고 하시더라. 듣고 보니 시를 참 좋아하면서도 왜 써 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싶더라. 때마침 남해도서관에서 열리는 시 쓰기 강좌도 있어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쓰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시가 온다’는 말이 무언인지 느껴질 정도로 정말 시가 오는 경험을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의 시를 보면 문자 그대로 자연스럽다. “닭 잡고 난 뒤/ 더운 물도/ 그냥 버리면 안 되는 기라/ 시카서 버려야/ 땅에 있는 작은 생명들이/ 안 죽는 기라// 산에서 나무를 하나 베어 오면/ 반드시 산에다가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하는 기라/ 그래야 우리 아들 손자들도/ 필요하면 산에서 나무를 얻어 오제/ 니도 그래라이//(‘니도 그래라이’ 중에서)”
정현태 전 군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보면 글은 잘 모르시는데도 말씀을 듣다보면 참 시적이고 철학적이더라. 곰곰 생각해보니 자연속으로 들어가 이미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오신 분이셔서 이미 정서가 그렇지 않나 싶다. 담담히 담고 싶었다”며 덧붙였다. 다른 시 ‘7월의 아침’을 본다. 

“꽃벌들은 아직 다 피지 않은/ 여름 꽃 주변을 소득 없이 서성이는데/ 굳이 일기예보를 듣지 않아도/ 베란다 빈 화분 위의 마늘 망사는/ 올여름 긴 장마를 예고한다//(‘7월의 아침’ 중에서)”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7월의 아침은 ‘8ㆍ15 사면복권이 없다’는 회색 뉴스를 본 직후, 눈 앞에 펼쳐진 그날의 아침 풍경을 묘사로 표현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선거법’이라는 굴레를 ‘문법’이라는 날개로 다시금 능절의 꽃 한송이 피워 내려 부단히 날개짓하는 정현태 전 군수는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시 적인 자기 승화라는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겠다. 내 안에 빛이 있어야 먼 훗날 언젠가 누군가의 작은 등대라도 되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시를 지렛대 삼아 안으로 더 정진하는 삶을 살겠다”는 그에게서  묵묵히 밤을 걸어가는 사람의 마르지 않는 우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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