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마다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행정시스템, 그리고 폐기물을 매립 또는 소각 분해 등의 방법으로 재처리하는 시설(장소)은 지역사회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대표적인 공공재다. 만약 우리 군 생활폐기물처리시스템이 일주일만 가동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빚어질 혼란 상황을 한 번 진지하게 상상해본다면 생활폐기물처리장과 같은 공공재가 나의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지 짐작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 지역의 생활폐기물을 받아주었던 읍 입현매립지 권역 인근 입현, 죽산, 토촌마을 주민들은 겪어보지 않은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왔다. 생활폐기물처리장이 입지한 것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이 당해 온 피해와 불편은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는 편익으로 돌아갔다. 다만 그동안에는 그 편익에 대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을 기울여 오지 않았을 뿐임을 우리는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남해군은 읍 입현매립지의 기존 생활폐기물처리장에 둑을 쌓아 올려 사용 연한을 늘리는 임시처방을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겨우 5년을 넘기지 못한다. 5년인 시간 또한 새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을 만드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일 뿐이다. 따라서 새 생활폐기물처리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에는 그리 긴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생활폐기물처리장은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이 근접지 주민들은 피해를 보고 그들이 피해를 감내해주는 덕에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편익이 돌아간다. 이런 본질을 가진 공공재들은 입지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경우를 공공갈등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러한 공공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도 경험도 축적하지 못했다. 그저 공권력으로 밀어붙여 놓고 나서 수습해나가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래서 주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최근에는 폐기물처리장에도 피해를 사전에 구제해주는 법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주를 시키거나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것이 전부이고, 사후에는 아예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개념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무도 반기지 않지만! 어딘가에는 반드시 지어야 하는 이런 공공갈등의 요소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이것이 현 자치단체장들에게 가장 첫 번째로 요구되는 능력이다. 여기에서 바로 숙의민주주의라는 방법이 제기되었고 많은 지자체에서 공공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다.

장충남 군수의 경우 숙의민주주의 방법을 최선으로 생각하고 이를 주민이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써나가고 있다. 망운산풍력발전 허용여부 문제는 언론사가 주관하는 군민토론회 방식을 이끌어냈고, 군청사 신축부지선정 문제는 조례로 뒷받침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했다. 이어 가장 뜨거운 난제인 생활폐기물처리장 입지 선정문제 또한 전문가위원회 토론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장충남 군수의 이러한 해결방식을 두고 군민들 사이에서는 군수가 책임지고 추진해나가야 할 일을 위원회에 맡기는 방식으로 슬슬 잘 피해 나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위원회는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이고 최종결정은 군수가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전 절차를 거치든 그 결정의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은 군수에게 있는 것이지 결정에 참여한 위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수가 어떤 결정을 할 때 그 과정을 의회와 함께하면서 주민,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최종결과의 발표도 의회와 함께하려는 모습을 두고 꼬투리를 잡기는 힘들 것이다. 군정에 주민 의견을 보다 폭 넓게 수렴하고 반영하려는 모습은 그토록 우리가 바라왔던 자치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 생활폐기물처리장 입지선정과정에도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방법에 최대한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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