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향우기고ㅣ 감충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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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신문
  • 승인 2019.09.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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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에 새긴 귀거래사 (歸去來辭 )
감충효(시인)
감충효(시인)

화전문화제에 참가했다가 여유시간에 망운산에 올랐다. 화방사 초입에 나무 지팡이가 많이 있어 망운산을 오르면서 누군가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며 잘 사용하고 원래 자리에 두고 왔던 일이 있었다. 그 후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뒷산에 갔다가 어느 절간 초입에서 화방사 초입에서 보았던 그런 종류의 지팡이 중에 용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을 골라 산을 올랐다가 하산하여 현관에 세워두었는데 비 오는 어느 날 산행을 생략하고 산발한 용머리를 다듬어 보기로 했다. 

잔뿌리를 잘라내고 용의 이목구비와 뿔을 포인트로 남겨 사포로 다듬었더니 영락없는 한 마리의 말쑥한 용이 되었고 깨끗한 넓은 몸통 부분에 글이라도 새겨 넣었으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무렵 중국 당송시대의 한시를 워드 작업하여 정리하고 있던 때라 그 한시를 지팡이에 새겨보기로 했다.

우선 두송(杜松)이어서 송진 향이 아주 좋았다. 오랜 세월에 무른 곳은 탈락되고 부식되지 않은 단단한 송진 박힌 부분은 은은하고 묵직하다. 송진 향기에 취해 시문을 새겨 넣는 작업은 도타움 그 차체다. 시선(詩仙) 또는 시성(詩聖)이라 일컫는 도연명(陶淵明)과 두보(杜甫)와 이백(李白)의 시가 새겨졌다 . 명시를 새겨 넣은 지팡이를 쓰다듬으며 들여다보면 그 분들의 시향이 목향과 묵향에 어우러져 더욱 도탑다. 그 후에도 지팡이는 몇 개가 더 집으로 왔는데 이 여러 개의 지팡이들에 새겨진 한시 중에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상당히 긴 시문이다. 다 새기고 나서 글자 수를 헤아려보니 나의 필명과 이름까지 모두 343자였다. 오늘도 이 장문의 시를 읊조려보지만 자꾸만 까먹는다. 한시를 이해하는 힘이 모자라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중앙문단의 문학회에서 자주 만나는 문우 한 분이 귀거래사라는 책명으로 시집을 내었는데 연찬의 자리에서 그 장문의 귀거래사를 모두 암기 하여 쓰고 들려주시는 걸 보며 감탄한 일이 있었다. 시집 이름으로 정할만치 그 분은 귀거래사와 도연명을 너무나 사랑했음이리라.  
오늘은 이백(李白)이 지은 산중문답(山中問答)이 새겨진 지팡이를 들고 뒷산을 오른다. 이 지팡이는 아주 단단하고 탄력이 좋은 노간주나무(杜松)여서 산중에 올라 혼자서 태극검(太極劍)을 연습할 때 검(劍)대용으로 쓴다. 아파트 체육관에서 주민들과 수련할 때는 진검을 쓰지만 야외에서는 너무 날카로운 느낌이 들어 이 두송용장 (杜松龍杖)을 많이 활용한다. 귀거래사가 새겨진 또 다른 용머리 지팡이는 다른 어떤 것 보다 웅장하고 관이 향기로워 가장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산초지팡이의 유래는 특이하다. 무엇을 새길까를 생각중이다.   

<필자> 읍성 옛터 대뫼(竹山)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초, 중, 고를 졸업, 진주교육대학, 인천교육대학,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여 초, 중등교사 자격 취득, 경희대학교에서 1급 전문상담사 취득, 교직수행중 제1 시조집 <크리스털의 노래>, 퇴직 후 제2 시조집 <남녘 바람 불거든>과 시/칼럼집 <읍성의 문창에 시혼걸기>를 출간. 현재 재경노원구남해향우회장, 재경남해중제일고총동문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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