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라는 게 구걸하는 노인의 모습으로 오기도 하고 지저분한 똥차처럼 오기도 하는데 돌아보면 그게 다 기회였더군요(by 정홍연)” 얼마 전 우연히 잡지의 창업 인터뷰에서 본 글이다. 회나무아랫길에서 가장 환하고 가장 성대한 음식점이자 휴게공간인 ‘회나무양복점’을 연 정진후 대표를 만나자 딱 이 구절이 떠올랐다. ‘SINCE 1981’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 정진후 대표는 누군가에겐 고작 1981년생으로 불리울지 모르나 그의 생각과 행동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열여섯 살, 목욕탕 청소일부터 시작해 신문배달, 주방용품 공장 등 안 해본 일 없이 해왔다는 그는 남해토박이 청년이다. 자기 장사가 하고 싶어 2005년도에는 상주에서 두 달 남짓 ‘이글루’라는 이름으로 컨테이너 카페를 해본 게 첫 장사였단다. 자기 가게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한 주류회사에서 5년간 근무하며 모은 종잣돈으로 2011년 남해읍사거리 ‘하바’라는 이름을 내걸고 본격적인 장사를 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욕심이 컸을까, 아니면 젊은 객기였을까. 큰물에서 장사해보고 싶어 도시로 나가 장사를 하는 동안 예상을 비켜 간 일로 돈을 깨먹었다. 

하지만 장사를 포기할 순 없었다. 누가 봐도 딱 장사체질인 그였기에.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훗날을 도모했다. ‘청년상인점포 창업 지원’, 기회를 잡았다. 
정진후 대표는 “남해에 청년들이 없다, 없다 하시는데 여기엔 우리 부모님들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입받는 이야기가 ‘장 남해에서 뭣 할끼고, 남해는 할 꺼 없다, 떠나서 큰 데 가라’를 입버릇처럼 달고 계신다. 그 말이 은연중에 청년들에게 박히는 셈이다. 나는 객지생활도 해보고 남해로 다시 돌아도 와봤더니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남해 역시 희망이다’. 객지에서 하는 노력만큼 여기서 노력하면 훨씬 더 자리 잡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요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친구들을 돕고 싶다. 이곳 회나무양복점이 그런 일터이자 꿈터가 될 수 있도록 정말 잘 한번 해보고 싶다. ‘오픈 키친’으로 창업준비도 돕고 싶고, 뒤의 공간은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공간으로도 빌려주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내가 못 먹는 건 남도 못 먹는다’는 신념으로 좋은 재료로 음식을 지어 대접하고자 노력한다는 정진후 대표. 그가 꾸려나가는 ‘회나무양복점’은 좋은 원단으로 훌륭한 양장을 한 벌 짓는 마음으로 ‘좋은 식재료로 좋은 밥상을 대접하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다. 뜨끈한 소고기 전골과 단정한 큐카츠를 보고 먹노라면 어느새 근사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이제 우리는 ‘회나무아랫길’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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