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
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
  • 남해신문
  • 승인 2019.09.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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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나서서 행동하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마구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욕처럼 들리겠지만 실제 중국 고사성어에 나오는 말이다.
‘시발노무색기’는 중국 고사의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주역(周易)을 만들어 길흉화복(吉凶禍福)응 점쳤다는 복희(伏羲)가 중국을 통치하던 시대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 민족의 건국설화로서 단군신화가 있듯이 중국건국설화가 전해오는데, 바로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삼황오제(三皇五帝)이다.
역사적 실존에 진위여부를 떠나 그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을 들여 다 볼 수 있는 것임엔 틀림없을 것 같다.
‘시발노무색기’에 대한 유래를 살펴보면, 중국 태백산(太白山) 주변의 시발현(始發縣)이라는 마을에 돌림병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전갈을 받게 된 황제 복희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황하의 물이 시작된다는 뜻의 시발현에 도착한 복희는 그곳에 돌고 있는 전염병을 퇴치 시키기 위해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게 된다. 그러던 3일째 되는 밤에 홀연히 거센 바람이 일면서 성난 노인이 나타나 크게 꾸짖는데, “나는 태백산의 자연신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곡식을 거두고도 여러해 동안 자연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제사도 지내지 않고 있다. 이를 괘씸이 여겨 벌을 주는 것이다. 나는 집집마다 피를 보지 않고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복희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집집마다 동물의 피로 붉게 물들인 깃발을 걸어두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시발현의 관노(官奴) 가운데 한사람이 “귀신은 본디 깨끗함을 싫어하니 나는 피를 묻히지 않은 깃발을 걸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기집에는 무색기(無色旗)를 걸어 놓았다.
그날 밤 복희가 다시 기도를 하는데 같은 자연신이 또 나타나 노여워 하며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성을 보여, 물러가려 했으나 한 놈이 나를 놀리려 하니 몹시 불경(不敬)스럽다. 내 전염병을 거두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설상가상 그다음 날부터 전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려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피해를 당했다. 이에 복희가 이르기를 “시발현의 한 노비가 색깔 없는 깃발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탄식을 한데서 유래된 말이 바로 ‘시발노무색기’인 것이다.
결국 노비(奴婢) 한사람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더 큰 화(禍)를 당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경거망동으로 타인이나 집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또는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잡이로 덤비는 사람을 가리켜 ‘시발노무색기’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혼자 잘났다고 하는 사람을 통칭해‘씨발놈의 새끼?’라는 욕으로 일컫고 있는데, 본래의 의미가 오늘날 우리에게는 육두문자(肉頭文字)로 탈바꿈된 측면이 있지만, 뭇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시사(示唆)하는 바 크다.
 물론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 또는 입장 주관을 확고히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언행이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한 것인가를 살필 줄 아는 지혜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도 깊이 새겨야 한다.
혹시‘시발노무색기’와 같은 경우가 있는지 스스로 살피고 검증하는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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