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로 먹고 사는 법을 찾아낸 남해사람 정진규
남해로 먹고 사는 법을 찾아낸 남해사람 정진규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9.09.06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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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반하고 바다에 반한 삶을 새로운 도전으로
문항체험마을 앞 매점 겸 먹거리 쉼터 남해에 반하다, 이 작은 변화가 가져올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
▶ 남해에 반하다 외부
▶ 남해에 반하다 외부
▶ 남해에 반하다 내부
▶ 남해에 반하다 내부

설천면 문항어촌체험마을, 그 명성을 모르는 자가 과연 있을까? 2018년 12월에 열린 어촌마을 전진대회에서 ‘자연을 그대로, 어촌 그대로’라는 차별화된 생태, 문화, 공감형 어촌체험마을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이제는 가히 으뜸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런 문항체험마을. 그렇다면 이 마을에 가면 쏙잡이, 왕우럭조개 체험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사실 안타깝게도 갯벌 체험 후 음료수 한 잔, 라면 한 그릇 먹을 수 없었던 게 우리 남해군 어촌마을 대부분의 현실이었다. 천하의 문항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이러한 아쉬움을 이제는 해소해 줄 만한 그야말로 아름다운 공간, 상생과 연대를 지향하는 선한 공간이 생겼다. 바로 매점겸 먹거리 쉼터인 <남해에 반하다>가 그것이다. 순수생산자동공체마을 ‘문항마을영어조합’의 주축을 맡고 있는 젊은 어민, 정진규 씨가 이러한 변화에 앞장섰다.

어머님들 굴 까던 공간을 여행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아내 임선경 씨와 함께 지난 3월말 가오픈 하면서부터 자연스레 문을 연 이곳 <남해에 반하다>를 찾아 남해의 미래, 남해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남해는 진짜 보물, 진짜 자원이 많은 곳인데 그러한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제주도만 가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간이식당이나 먹거리 부스가 많고 하다못해 체험객들이 마실 음료와 간식만이라도 파는 공간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8년 전부터 심각하게 해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갈수록 노령화가 심해지는 사회다 보니 법인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어르신들에게 투자받는 과정 등이 어려웠다. 사업 취지는 좋으나 선뜻 나서서 욕을 좀 먹더라도 책임지고 밀고 나갈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긴 시간 공을 들여 다른 일을 하는 부인을 설득시켜 여기서 이렇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남해의 수산물 매력을 알리고 어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체험객들의 편의도 높이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 인기만점 쏙튀김
▶ 인기만점 쏙튀김

정진규 대표의 이야기다. 
“우리는 석화(굴)와 바지락을 키우고 있다. 지금 이 공간이 들어서 있는 이 땅이 보내는 우리 설천 어머니들이 굴까던 공간이었다. 그 공간이 이렇게 바뀌었기에 더욱 더 책임감을 느끼면서 하루 하루 임한다. 남편이 너무 하고 싶어했으나 처음엔 두려움이 너무 컸다. 만에 하나라도 미진한 점이 있으면 이 문항마을과 이곳을 찾아오는 많은 여행객, 체험객들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였다. 이제 오픈 100일이 좀 넘어서자 몸은 좀 힘들어도 타 지역에서 오신 손님들의 피드백을 통해 용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광양에서 정장부대 중년 신사들이 오셔서 ‘평소 대접만 받아보다가 여기서 직접 해물을 골라 직접 구워먹고 해물라면 끓여먹는 과정을 통해 집게와 가위 들고 직접 잘라 제 손으로 먹으니 더 맛있고 바다 바로 앞에서 먹어 더 좋다’고 말씀해주시더라. 그런 반응들을 통해 ‘남해에 반하고, 바다에 반한’ 우리 삶을 같이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의 야무지고 친절한 부인 임선경 씨의 이야기였다.

그날의 해산물을 자기가 직접 골라 직접 요리해 먹는 곳

▶ 직접끓여먹는 해물라면
▶ 직접끓여먹는 해물라면

사실상 제주도만 가도 해물라면은 흔한 메뉴인데 정작 보물섬 남해에선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남해는 대표적으로 수산물이 싱싱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는데 그 해산물을 직접 골라 먹기 또한 쉽지는 않았다. 제주의 해물라면은 주인장이 선택한 해물들을 넣어 끓여 내어주는 방식인데 이곳 <남해에 반하다>는 더욱 더 민주적이고 자주적이다. 그날 그날 들어오는 해산물도 다 다르다. 시세에 따라 가격도 결정된다. 가령 지금은 낙지 금어기이고 전어는 금값이다. 대신 지금은 새우철이라 1마리 1천원꼴로 왕새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외 귀하긴 하나 문어도 있고 바지락도 크고 싱싱하다. 이렇듯 그날그날의 싱싱한 해산물을 내가 원하는 금액과 양만큼 주문하면 갓 잡아올려 씻어 테이블로 배달해준다. 그럼 그걸로 내가 원하는 라면을 골라 끓여 먹으면 ‘남해에 반할 수 밖에 없는 라면’이 되고, 그걸 불판에 구워 먹으면 해산물 구이가 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생과 연대이다. 설령 값이 조금 더 나가거나 구하기 어렵더라도 남해군 수산물만 취급한다. 남해의 어민들을 돕고 남해어촌을 살리기 위함이다. 이러한 고민은 문항체험마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오랫동안 체험마을 일을 해온 정진규 대표는 “2006년부터 체험객을 받아오면서 바다의 자원은 곧 고갈될 텐데 이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 따라다녔다. 그래서 휴식년제를 제안하고 체험객 수도 통제하면서 예약제 등으로 운영하자고 했다. 바다의 골칫덩어리인 ‘쏙’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고민하다가 ‘쏙잡이 체험’으로 돌리고 이런 쏙을 ‘쏙튀김’이라는 남해별미요리로 메뉴화 하고, 이 쏙튀김의 인기가 높아지자 어머님들의 용돈벌이 형태로 ‘쏙잡이 전문’으로 소일거리 창출도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큰 태풍이 바다를 휩쓸어 바다 바닥을 헤집으면 바다생태계는 한층 살아난다. 그러나 이러한 정화작용을 자연의 힘에만 기댈 수 없는 시대다. 바다도 ‘인위적인 경운작업’을 통해 서식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은 다 알고 있다, 실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바다가 열일하죠” 이들의 설명이 압권이다. 수산물까지 판매하는 편의점인 <남해에 반하다>는 바다를 눈 앞에 둔 편의점이자 휴식처이자 식당이자 캠핑장이다. 2층은 본래 캠핑할 수 있는 곳으로 하려다 정작 1층 손님만으로도 벅차 아직 제대로 준비는 못해둔 상태다. 하지만 곧 정리가 되면 당초 가장 먼저 하려던 ‘남해특산물’인 ‘멸치팩, 다시팩’ 등 다양한 선물거리를 제작해 판매할 생각이며 그와 더불어 2층에 캠핑장도 꾸밀 예정이다. 
임선경 씨는 “관광객과 체험객들에게 제대로 된 남해특산물, 질 좋고 맛 좋은 남해특산물을 잘 만들어 판매하는 것 그자체가 남해 홍보가 아니겠는가?”라며 되묻는다. 즉 좋은 특산물이야말로 자기 거주지로 돌아갔을 때 다시 남해를 떠올릴만한 소중한 매개체가 된다는 것, 역시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정진규 씨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해산물을 양껏 먹고 싶어도 손질 할 수 없어서 잘 못 먹는 세대다. 이러한 것에 초점을 맞춰 보면 무얼 만들어 제공할지가 보인다. 그래서 만든 게 문항마을영어조합법인이었다. 수산물을 제대로 가공해서 먹기 좋게 손질해서 판매하는 것에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5일제, 공휴일, 연차 등 좋은 제도를 갖춘 기업체를 선호하듯 남해에 살러 오는 사람이 더 쉬이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돕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마을로 들어와 정착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주실 분이 이장님이라고 본다. 귀어, 귀농, 귀촌자의 수가 많은 마을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하다못해 표창장이라도 주면 더욱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솔직히 말은 다들 많이 한다. 방법 또한 얼마든지 있다. 이제는 실천이 아닐까? 비판과 비난에 맞서 실천하고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 때, 남해는 희망이 있는 곳, 젊은이가 찾는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해바다에서 하루 하루를 사랑으로 감사로 마무리하는 이들 부부에게서 아름다운 바다노을을 본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 또한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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