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기나 시대를 선도하는 사람이 있다. 이를 선각자 또는 전도사라 부른다. 이들은 기존의 고정된 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나선다. 그가 가는 길을 따라 나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그것이 주류가 되게 함으로써 한 시대까지 변화시킨다. 이러한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역사는 진보한다.

최근 지역사회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남해신소득작물연구회 강윤성 회장이다. 시대를 선도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아마도 독자들은 젊은이로 연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환갑을 넘긴 57년생이다. 삼동면 지족1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종이다. 올해로 도시생활을 접고 귀향한지 13년째다. 

지족1리는 정보화마을 남해군 1호다. 그는 귀향 후 지족정보화마을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의 농장은 정보화마을사무실 바로 옆에 있다. 이름은 ‘다우리농장’이다. ‘다’는 ‘모두, 모든’이라는 뜻이다.
남해신소득작물연구회가 만들어진 건 지난 2016년이다. 회원 수는 아직 20명이 채 안 된다.  회원 수를 늘리는 일은 신중하며 다소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번호 본지에만 해도 신소득작물연구회 관련 기사가 2건이나 된다. 11면에 실린 ‘남해 땅콩호박 전국판매유통망 개척’ 제호의 기사와 15면에 실린 ‘남해군신소득작물연구회 전원 GAP 인증’ 제호의 기사가 그것이다. 어떤 분야의 일이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누군가 땀을 많이 흘렸음을 말한다. 이 기사에서 나타나는 성과들엔 바로 강윤성 회장과 16명의 회원들의 땀이 배여 있다.  

최근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코끼리마늘, 애플수박, 땅콩호박 등은 남해에서는 근래까지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던 작물들이다. 남해신소득작물연구회가 구성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다른 지역 뉴스에서만 들어볼 이름일 뿐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일군 남해군신소득작물연구회이지만 그 변화를 일군 강윤성 회장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기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굳이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 탓일 게다. 
그 대신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는 그가 등장하는 동영상콘텐츠를 볼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든 유튜브에서든 ‘남해 다우리농장’을 검색하면 된다. 특히 그가 직접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는 그가 기능성 쌀이나 코끼리마늘, 애플수박, 땅콩호박, 꿀땅콩호박, 미니단호박, 오렌지단호박 등의 신소득작물의 씨앗이나 모종을 들여오고 이를 재배해나가는 과정을 일일이 알려주는 자료가 수없이 많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작물재배에 관련된 소소한 일상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그는 전국의 소비자들을 만난다. 그의 네이버블로그는 적지 않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을 소상히 알려주니 구독자들의 신뢰가 그만큼 확보되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그는 남해의 신소득작물 개척의 아이콘이 됐을까? 그는 젊은 시절 도시생활을 연예기획자로 살았다. 저작권이라는 말이 아직 생소할 때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입법화하는 운동을 이끄는 실무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래서 유명 작곡가 이봉조 선생이 사실은 남해의 창선면 출신이라는 것과 같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스토리들도 많이 알고 있다. 
귀향 후 농사를 지어야 했던 그는 기존의 관행적 농업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싫었다. 모두가 무조건 벼, 마늘, 시금치 말고는 생각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은 뭔가 다른 작물을 개척해보고 싶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예능엔터테이너로 살았던 그만의 특성이기도 했고 정보화마을 사무국장으로서 온라인사회관계망서비스와 택배물류인프라시스템의 급속한 발전을 남들보다 앞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으로 도전했던 분야는 빛깔과 향, 찰기가 다른 기능성 쌀(흑미, 향찰미)이었다. 같은 벼농사라도 20~30%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는 남해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함께 기능성 쌀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이 때부터 만나기 시작했고, 이들 5명은 보물섬클러스트영농조합법인과 유통계약을 맺고 여전히 기능성 쌀농사를 짓고 있다. 이러한 과정 동안 그는 사단법인 경남정보화농업인연합회(현 수석부회장)에 가입하게 되고 이 단체의 활동을 통해 수많은 새로운 농업정보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화농업인들 중에서 또 한 단계 앞서나간 사람들은 신소득잘물전국생산자연합회를 조직했다. 강 회장은 이 단체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신소득자물전국생산자연합회는 전 세계의 씨앗과 모종 수출입을 전문으로 하는 ‘정다움’이라는 농업회사법인과 협약을 맺고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새로운 소득 작물들을 개척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코끼리마늘, 애플수박, 땅콩호박, 꿀땅콩호박, 미니단호박, 오렌지단호박 등은 모두 신소득작물전국생산자연합회 부회장인 강윤성 씨가 처음 남해로 가지고 들어와 확산시킨 것이다. 
일반마늘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큰 코끼리마늘의 경우 본래 우리나라 토종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애플수박의 경우 그는 2기작을 넘어 3기작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땅콩호박은 올해의 경우 농업기술센터 종묘장을 통해 2만2천주를 길러 농가에 보급했다. 그의 농장 저장고에는 코끼리마늘, 꿀땅콩호박, 오렌지단호박 등 그가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종자로 제공하거나 재배면적을 확대하기 위해 관리하고 있는 다양한 새로운 작물들이 많았다. 

그가 남해농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 말은 작년의 시금치 가격이나 올해의 마늘 가격처럼 시세가 폭락하는 상황을 아예 피해갈 수 있는 작물의 다양화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고정관념만 버리면 얼마든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얼마든지 온라인상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고 유통 또한 택배물류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져 있는 시대에 맞게 스스로 변화하자는 외침이다. 

땅콩호박의 경우 올해 남해의 총생산량이 100톤이다. 남해 땅콩호박이 신선식품 새벽배송 1위 업체인 모바일 프리미엄마트 마켓컬리를 통해 9월부터 전국으로 팔려나가게 된 신세계가 열린 것과 마찬가지로 남해농업은 이제 하나씩 신세계를 개척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강윤성 씨와 같은 선각자, 전도사들이 더 많이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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