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암이 있는 남해 금산은 남해를 찾은 탐방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남해의 제일 관광명소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탐방객들이 차량을 타고 금산을 찾을 경우 복곡으로 난 도로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길의 중간쯤인 복곡저수지 아래쪽 길 가에 오래도록 방치된 건물이 있다. 군민들이 흔히 ‘복곡나이트’로 부르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마치 귀곡산장을 연상캐 한다. 창문은 깨어지고 창틀은 망가진 채 방치돼 있다. 건물 벽면에는 흘러내린 녹물 흔적이 짙다. 탐방객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게 된지 오래다. 
이 때문에 행정당국이 이 건물을 강제로라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오래된 일이다. 특히 향우들이 금산을 찾을 경우 흉물을 왜 이대로 방치하고 있느냐는 의견을 행정당국이나 언론사에 전하는 사례가 많았다. 

남해군이 이 건물을 철거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남해군은 빈집정비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이 건물을 철거하기 위해 3억 원의 새해 본예산을 확보하고 지난해 2월 군 건축위원회의 심의도 받았다. 하지만 철거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남해군 빈집정비에 관한 조례는 행정이 철거를 할 경우 대상 부지를 5년간 주차장이나 공원 등 공공용지로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부기로 표기하는 법적인 조치도 해야 한다. 군은 이 조례에 입각해 건물주를 상대로 협의를 벌였으나 건물주가 “다른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곧 착수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더 이상 행정조치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확보해놨던 예산까지 지난해 말 폐치시켰다. 

그러나 이 건물주는 남해군에 밝혔던 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건물주의 주소지는 부산이다. 90년대 초반까지 영업을 한 이후 거의 30년 가까이 방치되다보니 귀곡산장이 따로 없는 것이다.
남해군은 지난해 행정조치에 착수할 당시 이 건물을 철거할 수 없을 경우 약 100m 정도 거리에 대나무를 심어 이 건물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약 2000~3000만원으로 추정했다. 건물주가 곧 다른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 방안 역시 폐치했다. 
하지만 건물주가 계속 약속이행을 하지 않음에 따라 행정의 입장이 난감해진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건물주가 방관할 경우 이 방안을 다시 입안해 실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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