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사람’ 남해도서관 노상옥 사서가 기타를 들었을 때의 얼굴(좌)과 남해신문을 바라볼 때의 얼굴(우)이다. 과연 같은 사람의 얼굴 같은가? 기타에게 ‘모든 걸 주었노라’ 말하는 ‘기타 바라기’ 노상옥 사서
▶‘같은 듯 다른 사람’ 남해도서관 노상옥 사서가 기타를 들었을 때의 얼굴(좌)과 남해신문을 바라볼 때의 얼굴(우)이다.
과연 같은 사람의 얼굴 같은가? 기타에게 ‘모든 걸 주었노라’ 말하는 ‘기타 바라기’ 노상옥 사서
▶ 7월 16일 처음으로 열린 초보 통기타교실

“들여다보면 다 슬픈 구석이 있어요. 왜 우리도 그렇잖아요.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못하는 이야기가 있고……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노상옥 이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모르고 들었다면 내 이야긴가 싶을 이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남해도서관에 근무하는 한 사서일 뿐일지라도 같은 시대를 사는 한 이웃의 이야기다.
소설가 김영하가 학생들에게 소설작법을 가르칠 때 그랬다고 한다.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누구도 들여다보면 ‘평범한’ 사람은 없다. 노상옥이라는 이 역시 그러하다. 책을 대출, 반납해주고 책을 구입해 분류ㆍ비치하는 사서이면서 누군가가 꿈꾸는 ‘저녁이 있는 삶’을 도와주려는 사람. 그는 화요일 저녁 남해도서관 강좌실에서 재능기부를 자처한  ‘기타 강사’로 우리 곁에 있다.

‘난 보르헤스가 아니다, 그저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을 뿐’

도서관 사서라 하면 어쩐지 책과 친할 것 같고, 누군가는 도서관 사서로 평생을 도서관에서 살다 떠난 작가 보르헤스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노상옥 사서, 그는 아니다. 
‘문헌정보학과’를 나온 다수의 사서와 달리 그는 토목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었고 사서 이전엔 공무원 시험을 치러 교육행정실장 일을 해왔다. 그러했던 그가 ‘사서’에 눈을 뜨게 된 건,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교육행정실장 일을 할 때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살았다. 사실 교육공무원이라 하면 어느 정도 여유를 누릴 거라 생각하고 시험 쳐 왔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최대 일할 수 있는 주 56시간을 매주 꽉꽉 채우고 살고 있더라. 취미생활에 대한 욕구는 커 배구든 배드민턴이든 가입을 해봤지만 몸이 너무 피곤하니까 곧 포기하게 되더라. 시간이 몸을 지배하더라” 그러던 중 우연히 ‘사서 대학원’을 알게 되고 대학원 졸업 후 사서직 시험을 칠 자격을 얻은 그는 다시 사서시험 합격 후 창원도서관을 시작으로 사서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9년 1월 1일자로 남해도서관 임명장을 받으며 부산 사나이인 그가 남해로 왔다.

‘한 여자 때문에 시작하게 된 기타, 지금은 기타에 빠져든 삶’

11월 26일까지 총20회 수업으로 구성된 ‘쌩 초보 기타교실’의 첫 수업이 있던 지난 16일, 노상옥 강사는 “기타를 시작하게 된 건 한 여자 때문이었다. 창원도서관 근무 시절, 한 여자 분이 통기타를 어깨에 메고 총총 걸어가는데 그 뒷모습이 엄청 멋져 보였다”며 “도서관 평생학습프로그램으로 기타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정작 그분은 중도 포기했으나 저는 그때부터 기타삼매경에 빠져 독학으로 1년간 기타에만 매달려 이렇게 초보지만 초심자의 마음으로  가르쳐보자는 용기까지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기타 사랑은 각별했다. 새벽 1-2시까지 하루 무조건 3시간 이상씩은 기타를 치고, 휴일에는 9시간 이상씩 기타를 붙잡았다. ‘만 시간의 법칙’을 믿는다는 그답게 가장 좋아하는 말 역시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 이다. 음악의 음도 몰랐고 학창시절엔 음악수업이 괴로워 몸서리쳤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음악의 힘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푹 빠져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좋으니까요!”라는 사랑해본 사람만이 경험하는 확신에 찬 답이 돌아온다.

‘우리네 인생 A4 인생 아닌가요? 그럴수록 사랑이 필요하죠’

스스로 에이포(A4)인생이라 칭하는 노상옥 사서. 순환보직이라 언제라도 임명장이 날라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만 하는 서류 인생이라며 웃는다. 
그런 그가 재능기부로 기타 선생을 자처한 이유도 어쩌면 그래서일지 모른다. 좋은 건 ‘지금 바로’ 하자는 마음. 저녁이 있는 삶이란 달리 말하면 사랑이 있는 삶일 터. 자신이 사랑하는 무언가에 쏟을 시간과 의지가 함께 있어야 가능한 삶. 그래서 ‘평생학습’ 담당자답게 나누고 싶었으리라. 그는 “기타를 통해 음악이란 걸 1도 몰랐던 내가 음악이 주는 기쁨에 빠지게 되면서 마음이 건강해졌다. 말로 표현이 안 되는데 뭐랄까, 가장 친한 친구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라도 처음 친구 사귈 때 노력이 수반되듯 기타 역시도 ‘운지와 코드 잡는 법’만이라도 누가 콕 꼬집어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본인이 기타 강사가 되어 처음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긁어주면서 궁극엔 ‘기타 친구’를 찾고 싶다는 초보 강사 노상옥 사서. 
그는 기타 꿈나무 수강생들에게 “잘 한다는 기준은 상대적인 거니까 가수에 비교하지 말고 본인이 듣기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시작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연습하러 온다는 마음으로 부디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피할 수 없이 삶은 늘 비수기를 동반한다. 우린 어쩌면 ‘관계의 비수기’ 속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은 많아 보여도 속내 터놓을 친구는 찾기 어려운 ‘사람 비수기’. 이러한 비수기를 버티는 명랑한 대안 중 하나가 취미 아닐까. 결국 사랑만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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