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년간 과수원 운영에 관한 영농일지를 써
온 이간씨. 그가 써온 영농일지에는 그의 끊임없
는 노력과 도전의 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설천유자작목반 활동
무농약 품질인증 획득 주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전투 등을 기록한 '난중일기'는 400여년이 지난 지금 이충무공 개인에 대한 흔적뿐만 아니라 임진왜란의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는 데에도 적잖은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일기는 사람들에게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지침표뿐만 아니라 훗날 우리가 알 수 없는 과거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작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설천면 진목에서 과수원을 경영하고 있는 이간(75)씨. 그에게는 과수원 경영과 함께 이십여년간의 과수원 운영을 빼곡이 기록해 온 영농일지가 있다.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단신으로 월남한 이씨가 남해에 정착해 과수원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부터였다. 라디오 유선사업단 소속으로 설천에 온 후 중위로 예편했던 군 경력을 인정받아 설천면 예비군중대장 일을 맡다 고향에서 부모님들이 사과 과수원을 해오던 것을 지켜보았던 기억에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82년 200여평의 포도밭을 매입하면서 그의 영농일지 기록도 시작됐다.

별다른 전문지식이나 기술도 없이 시작한 과수원 운영이었기에 영농일지 또한 과수원 매매계약부터 농약·비료 등 자재구입, 살포, 병해충 발생, 방제, 수확시기 등 과수원과 함께한 그의 20여년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회사원이 업무일지를 쓰고 주부들이 가계부를 쓰듯 농부가 영농일지를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앞으로 내가 과수원을 나갈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계속 기록해야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6월 매실 수확을 시작으로 포도(8월 중순), 단감(10월 하순), 참다래(11월), 유자(11월 중순) 등 일년 내내 눈코 뜰새없이 분주한 삶을 보낸 그였기에 20여년간의 영농일지 기록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간씨가 이십여년 동안 기록해온 영농일지들. 
  
올해는 그에게 남다른 해이기도 하다. 행정과 설천농협의 도움으로 지역농가가 모여 함께 시작한 유자 무농약재배가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기 때문.

"작목반원 모두가 친환경에 초보자인데다 전문 자료나 정보가 부족해 하루하루 징검다리 두드리는 마음으로 추진해 왔어. 관련 서적을 구하기 위해 헤맨 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품질인증을 받기 위한 그간의 고생이 그의 말에서 절로 상상되어진다.

이번 결실이 그에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사법고시로 치면 이제 1차 시험 합격이다. 올 연말에 수확되는 유자의 농약잔류성분 검출시험이 남아 있고 완전 유기농산물 품질인증을 받기 위한 노력도 남아 있다"며 또 한번의 의지를 다진다.

3남1녀의 자녀들 모두 성장해 출가하고 이제 부인 김영의(69)씨와 함께 여유로운 노년을 즐길만도 하지만 항상 끊임없는 도전을 준비하는 '영원한 청년농부' 이간씨. 그는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남해농업의 역사가 한올한올 새롭게 담길 영농일지를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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