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고려대 명예교수. 독서모임, 아름다운사람들 회원)
김동규(고려대 명예교수. 독서모임, 아름다운사람들 회원)

지난 주 목요일(11일)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에 걸쳐 남해문화센터 다목적 홀에서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남해군에서 주관한 그랜드 오페라단이 김유정의 유명한 소설 <봄봄>을 다소 각색하여 무대에 올렸다. 
 <봄봄>은 작가 김유정의 대표작이며 해방 후부터는 중등학교의 국어과 단원의 하나로 소개되면서 우리들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매우 재미있고 사실성이 높은 단편소설의 하나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1930년대 일제식민지하의 어느 농촌마을이다. 주제는 고전소설에서 흔히 보는 권선징악의 프롯이 아니고 당시 시골 농촌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던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잔꾀와 욕심이 많은 지주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순박한 머슴 그리고 주인집 딸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해학적인 사건의 전개이다.
이러한 작품을 다소 각색하여 오페라로 상연한 ‘그랜드 오페라단’의 공연은 지주 오영감의 다소 긴 나레이터로 평면적이고 단조로운 진행이었지만 중간에 등장한 전통연희단 ‘꼭두쇠’의 어린 나이의 사물놀이패가 보여준 수준급 농악공연으로 분위기를 바꾸면서 관객들에게 흥겨운 자극을 갖다 주었다. 
<봄봄>은 작가 김유정이 강원도 춘천의 농촌출신이므로 실화를 근거로 작품화했는지 모른다. 그는 폐결핵을 앓아 2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으나 죽기 전 불과 2년 사이에  ‘소낙비’와 ‘동백꽃’ 등 30여 편의 작품을 남긴 다작의 천재작가였다. 
아마 남은여생의 열정이 불꽃처럼 타 올랐다고 본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가난하고 궁핍한 어두운 농촌현실을 다루면서도 결코 절망하거나 좌절하는 묘사를 피하고 오히려 독자들에게 해학과 유머로 삶의 용기와 활력을 갖게 하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전환하는 역발상의 계기를 주었던 것이다. 어떤 메타포의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이것은 당시 일제의 수탈과 압제에 시달려 절망감으로 침체된 농촌과 농민들로 하여금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하여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시도했는지 모른다.  
소설은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인가 잘 잊어지지 않는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 명작인 것이다. 영화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다. 
그랜드오페라단의 오페라 <봄봄>의 이번 공연은 관객과 배우들이 일체가 되는 어떤  공감력이 약하고 다소 짜임새가 부족한 느낌을 갖게 했지만, 당일 관내의 일선학교 중학생들의 단체관람으로 객석은 만석이었다. 일반주민들의 관람객들이 적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학생들로서는 농어촌의 열악한 문화예술의 환경에서 이러한 기회를 체험하도록 유도한 군청의 관계부서의 노력은 매우 좋았다. 실제로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 작품을 연극으로 접하여 그 이해도가 입체적일 것이다.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최상의 학습방법이었다고 본다.  
예부터 음악은 인격도야에 필요한 기본조건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중요한 학습서로 육경(六經) 즉, 시(詩), 서(書), 역(易), 예(禮), 악(樂), 춘추(春秋)를 편찬했던 것이다. 
이러한 6경에서도 ‘악(樂)’은 다른 것과는 달리 우리의 감성을 지배하는 부분이라 메마른 이성적 사고에 대한 윤활유의 역할을 함으로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조시대에 융성했던 궁중의 아악(雅樂)을 생각해 보아도 알게 된다.
앞으로 남해군은 자주가 아니면 적어도 1년에 4번 정도라도 이러한 고급문화의 접촉기회를 가지게 하여 군민들의 문화수준을 향상시키면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군민들의 마음의 아름다움까지 갖추어지면서 어떤 지자체보다도 살기 좋은 남해군으로 바뀌게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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