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와 그냥 모르는 척 외면할 수 없었다. 
한때는 공인중개사 문턱이 닳을 정도로 손님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직원을 몇 명씩 두고 사업체를 운영해왔는데 요즘은 중개사들 혼자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하는 것도 모자라 투잡(two job) 쓰리잡(three job)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이 불경기여서 전국적으로 문을 닫는 곳도 생긴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남해에만 국한시킬 수는 없겠지만 남해군과 남해군민이 부동산업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진다면 그들이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부터 이웃을 위한 밑반찬 봉사와 서면적십자봉사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소외된 이웃사랑을 조용히 실천해 오고 있는 이춘선 지회장은 오는 8월이면 3년 동안 역임했던 회장직을 내려놓게 된다. 
늘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대처방안을 강구해나가는 이 지회장을 만나 부동산의 동향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해 보았다.   - 편집자 주

▲ ‘푸른공인중개사’ 상호에서는 부동산업이 시들지 않고 사계절 내내 번성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지 
사실 그런 뜻도 담고 있지만 ‘푸른’이라는 말이 좋아 ‘호’로도 쓰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익히 알고 있겠지만 남해지역 49개 개업공인중개사들이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 지키다 하루를 마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해지역에 공인중개사 간판을 많이 본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적은 것 같다. 읍내에는 몇 개 업체가 분포돼 있는지
내가 말한 49개소는 정상적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개업공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는 업체만을 지칭한 것이다. 부동산컨설팅 같은 업종까지 포함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곳까지 합하면 숫자는 그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현재 읍내에는 1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부동산중개업을 한다면 불법인데 행정에서 단속이나 군민들의 고발‧고소 같은 사례는 없는지
우리 남해는 지역특성상 모두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가 형성돼 있다. 혈연‧지연‧학연에 얽혀 있기도 하고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보니 인정에 얽매여 과감하게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게 쉽지 않다. 잘못된 것도 눈 감거나 귀 닫고 그냥 흘려보내는 일들이 부동산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잘 아는 지역구조상 부동산을 사고팔 때 서로 속이는 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개인끼리 부동산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부동산컨설팅이나 마을 이장 관계자들을 통해서도 거래가 되고 있어 모든 거래가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지금 군청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고팔고 코너에서는 직거래만 가능하다고 하지만 직거래를 과장한 불법중개가 계속되고 있다. 행정에서 우리들의 애로사항을 좀 더 보완 협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갔으면 하는데 요원해 보인다. 매매광고는 공인중개사에서만 하도록 돼 있는데 군청 ‘전월세’란을 통해 직거래를 조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물론 군민들과 이 코너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편리하기도 하고 이점도 따르겠지만 이 업과 관련된 일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민원을 꾸준히 제기할 수밖에 없다. 

▲듣고 보니 그것이 인정이 되면서도 어렵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자신의 영역을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고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걸 알 것 같다. 그래도 이것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지
개인이 암암리에 직거래를 하는 경우는 우리가 일일이 알 수 없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남해군에서 운영하는 군청홈페이지 ‘사고팔고’ 코너는 우리에게 많은 타격을 주고 있어 속이 상한다. 이것이 2002년에 신설되었을 때는 주변에 공인중개사가 없어 그 코너가 군민들이나 외지인에게 필요하여 많이 유용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곳곳에 공인중개사가 자리 잡고 있어 언제든지 부동산 거래가 필요한 사람은 직접 방문이나 전화로 알아볼 수 있다. 군에서는 직거래만 가능한 코너라고 하지만 그것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어 불법거래 온상지로 봐야한다. 손님들이 직거래사이트를 방문하여 자신의 판단으로 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더 알고 싶어 각 중개사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실컷 상담을 해 주면 결국 계약은 우리를 거치지 않고 다른 통로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닭 쫓던 개 먼 산 바라보듯’ 맥이 빠지곤 한다. 
우리 중개인들은 요즘 “타인을 위해 부동산에 대한 봉사를 이렇게 많이 하고 있으니, 다음에 우리는 분명 천당으로 가게 될”것이라는 말들을 자주 한다. 상담수수료 한 푼 받지 않고 궁금한 사항을 충족시켜주니 이런 보시가 어디 있나 하는 거다. 회원들은 내가 지회장으로 있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행정에서 협조하고 배려하지 않기에 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항간에는 “사고팔고 코너가 이곳을 떠나거나 발령받는 공무원들에게 제일 유용한데 어떻게 없애겠냐”는 말들이 떠돌아다닌다. 월급도 박봉인 공무원들의 주머니 사정이 이해되어 어떤 때는 마음이 너그러워지다가도, 수수료로 먹고 사는 우리 공인중개사들을 생각하면 그저 지켜볼 수도 없는 일”이기에 답답한 심경이다. 우리 사는 세상의 제로섬을 생각할 때 어느 쪽에는 분명 손해가 생긴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냥 무시할 수 없기에 완화나 개선 극단적으로는 폐지 쪽으로 가야한다. 

▲본업으로 살아갈 수 없어 투잡 쓰리잡의 직업을 부수적으로 가진다는 말을 들었다. 주변에도 많은지
요즘 투잡 쓰리잡을 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많다. 임대료도 내고 생활도 영위해야 하니까 다른 일을 부수적으로 안 할 수가 없다. 여기저기에서 부동산거래를 한 달에 한 건도 못 올린다는 말들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예전에는 이사나 실장을 두고 몇 사람이 회사를 꾸려나갔지만 이제는 거의 다 혼자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 전문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밥벌이가 안 되는 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부동산 현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우리에게 “한탕하면 짭짤하다는데 왜 끙끙 앓는 소리를 하냐”고 하지만 그것은 그 옛날 불법으로 거래하던 사람들에게서 만들어진 소문일 뿐이다. 우리는 중개법의 테두리 안에서 ‘착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중개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모두를 도매 급으로 넘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시골에는 빈집들이 많지만 거래가 없다. 팔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지만 도시인들이 원하는 위치와 집의 구조가 아니기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말들이 있다. 이런 부분을 적절하게 해소할 방법은 없는지
귀농귀촌인들은 택지를 분양해서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개발업자들은 산을 훼손하여 택지를 조성, 외지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산을 훼손하지 않고도 절대농지를 이용하여 그것을 충족시킬 방법이 있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안타깝다. 좋은 위치에 자리한 절대농지를 천 평 정도 싸게 매입하여, 200평은 집을 짓고 나머지 800평은 소규모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경지 정리된 논들은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이 돼 있기에 보통 바다와 인접해 있고 경치가 좋아 전원주택지로 손색이 없다. 이것을 잘 이용하면 일거삼득이 될 수 있다. 

▲현재 남해군에는 산재한 과업들이 많다. 뭐든 좋으니 남해군민으로서 애정 어린 한 마디를 해주신다면  
남해군청사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내가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면서 ‘도심공동화현상’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다. 도넛화 현상 또는 인구공동화 현상이라고도 하는데 중심 시가지의 인구가 감소하고 교외 인구가 증가하는 인구이동현상이다. 도시가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까지는 도심에서 상업‧주거‧산업지역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읍내에 주택들과 가게들이 함께 형성돼 있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본격적으로 도시가 성장해 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의 땅값이 크게 오르면 땅값을 부담하기 어려운 주택들은 도심에서 외곽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로 인해 도심에는 높은 땅값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상업시설들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상업시설의 특성상 상주인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기고 접근성도 좋지 않는 등 여러 부분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현 청사에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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