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예계마을 산지에 주택 3채를 건축하기 위해 산지전용허가 등 관련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외지의 한 주택개발회사법인이 허가받은 범위를 초과해서 산지를 훼손시키는 행위를 저지르다 서면 예계마을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지난달 28일 예계마을 주민들은 우연히 상당히 규모가 큰 산지훼손 공사현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제보를 받고 달려 나가 현장을 목도한 기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렇게 큰 규모의 산지전용허가가 이뤄지고 장비를 동원해 벌채작업을 다 끝냈을 때까지 주민들 중에 그 내용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하는 사실이다. 행정도, 사업자도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조경용으로 쓸모 있을 듯 한 자연석이 참 많은 곳인데다 잘려나간 소나무 둥치들이 아름드리였던 게 많아 보이는데 어떻게 이곳에 산지전용허가가 날 수 있었는지 하는 의구심이었다. 어제 잘라낸 듯 보이는 소나무들은 어디로 반출되었는지 알 수 없고 잘린 가지들만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주민들이 이날 개발현장을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한 주민이 밭일을 하러 나왔다가 파열된 마을 간이상수도관에서 거센 물줄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민들에게 알렸던 것이다. 그 물줄기는 벌채꾼들이 상수관이 매설돼 있는 줄 모르고 벌채작업을 하면서 잘못 건드려 구멍을 낸 것이었다. 이곳 산지개발현장 상부에 마을 간이상수도 식수를 채수하는 곳이 있는데 최근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수압도 높아져 새는 물줄기가 거세졌던 것이다.  벌채작업자는 그렇게 사고를 내고도 즉시 이렇다 할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예계마을 주민들이 흥분한 것은 사업주의 이런 태도 때문이다. 주민들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이런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분하게 받아들였다. 주민들은 “행정도 사업주도 사전에 우리에게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이럴 수가 있느냐”고 성토했다.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군 인허가부서는 주말이 지난 후인 지난 1일 현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허가받은 범위를 초과해서 벌채가 이뤄졌으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에 따라 산지전용허가지 등에서 생산되는 소나무류는 사업장 외 이동이 금지되어 있으며, 벌채된 소나무류에 대해서는 전량 방제처리토록 하고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자연석 반출 시도

그보다 더 놀란 일은 이틀 후인 지난 3일 벌어졌다. 이번에도 주민들의 급한 전화제보가 울렸다. 중장비를 동원해 현장의 자연석을 실어내고 있는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급히 현장에 달려 나가보니 대형 포크레인이 일명 압사바리라 부르는 대형 트럭에 자연석을 가득 실어놓은 상태였다. 주민들과 작업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세 번은 이미 실어나갔고 트럭에 실린 상태는 네 번째 것이라고 했다. 
토목공사를 맡았다는 작업지휘자는 “터파기를 하려면 우선 자연석부터 치우지 않으면 안 되지 않느냐”면서 “기초공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나면 다시 실어오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나쁜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공무원들은 상황을 파악한 뒤 “사업계획서 상 신고 받은 사토처리계획은 절토 량을 현장에서 성토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어 자연석을 다른 곳으로 반출행위는 불법적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즉각 작업중지명령을 내린다”고 이 작업자에게 확인시켰다. 이 작업자는 자연석 반출행위가 위법한 일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주와 토목공사 작업자 사이에 충분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인지, 알면서도 변명하는 것인지는 구분이 되질 않았다. 
공무원이 공사중지명령과 사법처리 방침을 고지한 것을 들은 주민들은 그럼에도 “내일 아침부터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진입로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주지했다. 자칫하면 주민들이 공사방해 혐의로 사업주로부터 고발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작업자가 현장의 실시간 상황을 사업주에게 전화로 보고하자 그제야 사업주는 “내일 당장 마을주민들을 찾아뵙고 설명을 드리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주민들은 현장에 나온 공무원들에게도 불만을 쏟아놓았다. “주민들이 모르는 이런 개발행위가 어떻게 가능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공무원은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허가를 안 내줄 수는 없다. 다만 사업주에게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라는 당부는 당연히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게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사업주가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제제를 가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이 같은 해명이 주민들에게는 가닿지 않는 모습이었다. 개발사업자가 뭘 믿고 벌채작업도, 터파기작업도 도를 넘는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주민들은 행정에 대한 신뢰마저도 포기한 듯 한 반응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 속에서 사업주가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기회를 찾겠다고 말은 했지만 극도로 불신감을 가진 주민들이 양해해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일은 앞으로 남해에서 어떤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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