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남해대학과 남해제일고등학교를 잇는 굴다리의 인도와 옆 차도의 벽면에 얼마 전 싱싱한 벽화가 탄생했다. 이것은 지난 달 9일부터 29일까지 20여 일간 미시시피주 잭슨주립대 김현정 도예과 교수가 혼자의 힘으로 재능기부한 아름다운 결정체이다. 김 교수는 잭슨주립대에서 우수교사상과 봉사상 등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년 넘게 미시시피주의 지역사회와 한인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커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영광스런 봉사상도 수상한 자랑스러운 남해인이다. 김 교수는 지난달2일 진주교육청,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전 이미 벽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간 상태였기에 남해에 온 것을 계기로 군관계자들과 합일점을 도출해 벽화 작업이 이루어졌다. 김 교수는 이곳이 공공장소이자 학생들의 통학로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입시경쟁에서 지친 학생들의 메마른 정서를 되살리고 미력하나마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고 싶어 힘든 줄도 모르고 아침 일찍부터 해 떨어지기 전까지 정성을 쏟았다. 10여m의 벽면에 해바라기들을 곧게 세우고 곳곳에 남해의 명소와 특산물들을 의미 있게 심어 볼거리와 감상거리를 제공한 그곳에서 지난달 31일 김현정 교수를 만나 그동안의 여정을 듣고 그녀의 작품 속을 유영했다.                   -편집자 주

▪ 처음 뵙겠습니다. 교수님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서면 노구마을에서 1957년에 태어나 중현초와 서면중을 졸업하고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1983년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현재 미시시피주 잭슨주립대에서 도예를 가르치고 있으며 고향이 그리울 때면 향수병을 달래기 위해 한 번 씩 남해를 방문하고 있다.

▪ 어떤 계기로 이곳에 벽화를 그리게 되셨고 또 어떤 활동들을 해 오셨는지
=고향을 한 번씩 오가던 중 이동면에 있는 네발자전거에 지인의 부탁으로 벽화를 그렸고, 고향 친구가 운영하는 남해국수에도 벽화를 그렸는데 반응들이 좋았다. 이번에는 작년부터 벽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은 있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실행하지 못하고 있던 중, 지난2일 마침 진주교육청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게 되어 귀국을 하게 되었고 남해군 관계자들을 만나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달9일부터 29일까지 20여 일 동안 벽화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하도록 또 나를 부추긴 장본인은 남해대학 권오천 교수, 하미자 남해문화원장 지역인사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고향을 위해 이 일을 끝낸 지금 무척 홀가분하고 행복하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곳을 오가는 행인들이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공간 소통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국제학술심포지엄을 끝내고 편하게 있다 떠날 수도 있었는데 홀로 힘든 대작을 마무리하셨다. 어떤 것들이 힘이 되었나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가 누구보다 많은 상황이다. 입시경쟁에 지친 학생들의 메마른 정서를 되살려주고 싶었고, 이 굴다리를 지나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힐링할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도 크게 작용했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간혹 보행에 방해가 되어 거친 말도 듣긴 했지만 학생들이 셀카를 찍으며 고마움을 표해 힘이 나기도 했고, 더욱이 내가 크리스챤이기에 꼭 붙들고 있던 성경의 뿌리를 힘들 때마다 한 번씩 끌어올려 되새기곤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향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런 마음이 가득했기에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예술인들은 이 작업을 하려면 족히 3개월은 소요가 되는데 20일은 무리라고 했지만 나는 새벽5시부터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인 8시까지 리프트를 타고 작업을 하다가 학생들 등교가 끝난 후 잠깐 쉬었다가 다시 저녁7시까지 했다. 미국에서는 높이가22피트나 되는 공간에 4300장 정도의 타일을 붙여 벽화를 마무리한 적이 있고, 또 다른 곳에서도 큰 규모의 벽화작업을 끝낸 적이 있다. 

▪ 오픈식이 있던 지난 29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와 격려를 해 주신 걸로 알고 있다. 그때의 소회를 간단히 언급해 주신다면
=그날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발걸음들이 있었다. 장충남 군수, 박종길 의장, 군의원들, 홍덕수 남해대학 총장, 권오천 교수, 장명정 지역활성과장 등 고향친구와 가족, 지인들이 참석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누구나 이곳을 지날 때는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모두 편안한 공간 생산적인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해바라기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들이 넘쳐나고 행운이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 벽화에는 해바라기들이 주로 그려져 있고 곳곳에 다양한 사물들을 묘사해 놓았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미국에서는 해바라기를 따뜻한 마음 행운을 가져다주는 꽃이라고 말한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불안한 해바라기보다 꼿꼿하게 서 있는 강직한 해바라기를 그려 지친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싶었다. 하교할 때 들어서게 되는 입구에는 해바라기 한 그루를 앞으로 튀어나오게 그려 ‘해바라기의 숨결“로 표현했다. 
남해의 풍경을 이 벽화에 다 담고 싶어 노량대교 유자 치자 비자 관음포 상징물 왕지벚꽃길 둑방길 튤립 창선대교 특산물 남해대학 지족 죽방렴 독일마을 상주해수욕장 남해대교 창선대교 펜션 다랭이마을 암수바위 동백꽃 아침에 피어오르는 자욱한 안개 등을 표현했다. 바닥에는 바다의 왕자인 대형문어 바다의 대장인 고래를 나타냈고, 굴다리차도 한쪽 벽면에는 해바라기 타일 64개를 붙여놓았다. 바탕은 바다색깔을 품고 있는 푸른색 위주로 시원함을 추구했다. 

▪ 벽화가 마무리 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미완성인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일화 또는 비화 같은 것은 없었는지
=학생들이 등교를 위해 들어서는 입구 쪽에 써 놓은 ‘남해, 문화를 사랑하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는 ‘문화를 사랑하자’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남해 문화를 사랑하자’로 하면 좋겠다고 하여 ‘남해’라는 두 글자가 ‘문화를 사랑하자’와 좀 떨어져 있다. 굴다리인도는 작업이 마무리되었지만 굴다리차도의 벽면은 아직 미완성 단계이다. 앞으로 해바라기타일  64개를 맞은편 벽면에 붙여야 하고 물고기 타일도 80개 정도 준비해 와서 붙여야 한다. 지금 머릿속에는 그런 마무리 구상이 들어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예술은 미흡한 점을 좀 남겨놓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오는 12월이나 내년 5월에 다시 귀국하여 마무리할 생각은 하고 있다. 

▪ 지금 지나가는 학생이 꼬챙이로 작품에 흠을 내려고 했다. 앞으로 이 작품들에 볼썽사나운 낙서가 생긴다면 속상하실 것 같다. 다음에 오셨을 때 그런 모습을 볼까 봐 좀 우려가 되는데
=이것을 시작할 때는 힘도 들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상상외로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너무 좋아해 주니까 피곤했던 게 싹 도망가 버렸다. 나는 하면 확실히 하고 아니면 절대 안하는 성격이기에 지친 체력을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작업을 하다 잠깐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누가 벽화에 낙서를 해 놓아 속이 상했다. 그것을 지운 흔적이 이 부분에 약간 남아 있어 색깔이 좀 다르게 보인다. 
행인들이 많이들 지나다닐 텐데 낙서를 하지 말고 눈으로 감상하는 에티켓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앞으로 누군가 그림을 훼손하는 일이 생긴다면 마치 내 몸에 생채기가 난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기분이 상당히 안 좋을 것 같다.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기보다 ‘이래선 안 된다’는 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모두 애정을 가지고 이 길을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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