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남해문화원 사무국장
김미숙남해문화원 사무국장

남해섬 해안선은 여인의 허리와 같이 낭창거리며 여행객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물미해안 고개마다 머금은 몽환적 해무와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는 망부석과 같은 갯바위는 찾는 이의 마음을 외롭게 한다. 배낭에 묻어 온 여행객의 외로움을 남해의 쪽빛바다는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나 남해섬 주위에는 여수산단(235개 업체), 하동화력발전소, 삼천포화력발전소, 광양제철, 여수화력발전소 등 국가산단과 대기업들이 남해안의 유일한 허파와 같은 남해섬을 둘러싸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17일 환경부에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측정 업체가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발암물질인 염화비닐 및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1,667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에는 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음에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남해군 서면과 고현면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바다오염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 대해 여수산단과 인근 발전소에 강력하게 항의해 왔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국가가 정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치를 초과한 적이 없으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최대한 환경을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서면은 이미 여수산단으로 환경이 오염이 되었기 때문에 발전소나 IGCC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수와 4km 떨어져 있는 서면 지역에 발전소가 들어오면 서면 인근에 있는 남해읍도 환경오염지구에 들어가게 된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환경오염 배출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력이 없어서라기보다 기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환경기준치 이상의 오염물질을 불법으로 배출하는데 있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우리가 남해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다. 청정남해이미지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남해산단으로 환경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한다. 

남해군민들은 경제살리기 국가정책으로 남해 앞바다에 산업단지가 조성될 때 기꺼이 우리의 바다와 땅을 내어주며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스스로의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와 기업은 3만불 시대에 대한 기쁨을 누리지만 정작 국가와 기업을 위해 땅과 바다를 내어 준 남해군민들은 건강과 남해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지난 세월동안 남해군민이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국가와 기업에 희생했다면 이젠 국가와 기업이 남해군민과 남해 바다를 살리는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남해군민들은 서면지구와 고현면지구 환경역학조사와 건강역학조사를 촉구해야하며, 대기오염물질배출 측정업체 선정과 감시를 남해군과 함께 동참해야 한다. 여수산단은 남해군 서면과 4km거리에 있다. 그리고 여수산단에는 245개의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십 여년동안 여수산단에 있는 기업들은 절대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려 난 만큼 우리는 강력하게 요구해야한다.  
 
여수와 남해가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여수산단에서 가장 가까운 남해군 서면에 각 기업들의 연수원과 복지시설을 만들어 245개업체의 직원들이 남해군 서면지구에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더 이상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한다.  만약 이 조건이 성사된다면 여수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자신들이 쉬는 곳에 함부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남해군도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코 끝에 느껴지는 공기의 청량감을 한국에서가 아니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느끼며,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유럽 어느 나라에 가든 비슷하겠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두 나라 역시 전기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나는 유럽을 여행하면서 전기를 함부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이 들었다. 이번에 여행한 포르투갈은 풍력발전기가 많았는데 대부분이 인가가 드문 완만한 언덕에 조성되었으며, 불편하지만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노력은 동양의 이방인을 부끄럽게 했다.

지난해 12월 포르투갈 파루시에 문화교류를 위해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파루시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구시가지 중심에는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했고, 몇 백 년이 지난 건물들 사이에 크고 오래된 건물 하나가 파루시청이었다. 파루시청은 오랜 된 건물을 잘 보존하면서 최소한의 편의시설로 훼손을 최소화했으며,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나 시청직원들은 불편함보다 오히려 오랜 역사를 가진 시청건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시청관계자에게 구시가지 옆에 잘 정돈되어있는 신시가지가 있음에도 불편한 구시가지에 시청이 있는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관계자는 시청을 신시가지로 옮기면 파루시의 오래된 건축물의 관리와 역사의 흔적이 훼손되거나 사라질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 구시가지에 시청이 있어야하며,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남해군 청사신축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큰 화두를 던지는 듯했다. 

남해군은 관광남해를 지향하며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도시의 인구감소는 세계 공통의 문제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역시 유동인구는 많지만 실제로 거주하는 거주민은 많지 않다. 하지만 거주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소비성이 많은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많은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이 수익금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인구를 증대하기 위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남해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광대국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오래된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대다수의 여행자는 이를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대한민국은 해외관광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지만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수준 높은 관광소비자가 되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한 여행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화에 대한 향수가 있으며, 이들은 대한민국의 여행 사업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잠재되어 있는 국내여행소비자들이다. 

이 시점에서 남해는 선진화된 관광지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 남해에서만 사는 사람들은 남해가 얼마나 아름답고 경쟁력이 있는 관광지인지 모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남해문화정책을 담당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지도자들은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한다. 명나라 서예가 동기창은 서화에서 향기가 날려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걷는다`고 했다.  서화에서 향기가 나기 위해서 만리를 걷는 것처럼 관광 남해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남해지도자들이 많은 것을 공부하고 발로 뛰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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