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양국가산단 가동업체들이 그동안 배출가스농도를 자가 측정토록 돼 있는 제도를 악용해 농도를 조작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지난 4월 17일이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이 경과하고 있다. 남해에서는 지난 8일 군청 마당에서 ‘남해군대기오염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들 행위사업자들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들의 행위를 응징하기 위한 군민총궐기대회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이렇다고 할 움직임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이 대책기구의 간사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남해환경센터 조세윤 씨에 따르면 현재 서면지역에서는 46명의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고현면지역위원회는 현재 명단을 작성 중이라고 한다. 대책위 구성이 늦어지는 이유는 닥친 농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번기가 끝나고 대책위 구성이 완료 되면 공설운동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제1차 여수시청 앞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군민은 그동안 포스코광양제철소와 여수산단, 하동화력발전소를 상대로 하여 싸워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싸움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제대로 된 성과를 얻었다면 이들 산단 업체들이 배출가스농도를 조작하는 사기행각을 벌여도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본지는 남해의 시민사회에 이번에는 실용성 있는 여수·광양산단 대기오염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산단의 사업체들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대상은 중앙정부인 청와대, 환경부, 국회이며, 전라남도, 경상남도, 여수시, 광양시, 순천시, 하동군, 남해군의 자치정부와 자치의회이다. 정부와 국회, 자치단체와 자치의회가 제대로 일을 했다면 오늘 우리가 직면한 배출치 조작이라는 극악무도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단박의 싸움으로 광양만권의 대기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광양만권을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대기오염총량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철저하게 굴뚝을 관리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하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한 가지라도 더 환경저감시설을 설치하려는 노력보단 어떡하면 시민들을 속여 볼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는 저들의 생각을 실질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 산단 업체들을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정부가 관리·감독권한을 느슨하게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을 방어해주는 역할에 다름 아니다. 아주 명확한 이러한 사례로 광양의 시민단체인 광양만녹색연합이 포스코광양제철소를 상대로 싸울 때 광양시가 지역경제를 운운하면서 포스코광양제철소 측을 두둔하고 있는 모습을 들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광양만권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싸움을 벌일 때 그 본질적 대상은 관리·감독권한을 가진 자치단체장들이며, 이들 단체장들을 몰아붙이지 못하는 자치의회여야 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싸워야 할 가장 일차적 대상은 지역 국회의원과 남해군수와 남해군의회라는 말이다. “왜 너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가? 환경부와 전라남도를 상대로 항의공문 한 장이라도 보내본 적 있는가?”라고 다그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싸움을 벌이는 본질적 목적과 대상을 잘못 잡으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투여하더라도 성과를 얻어낼 수가 없는 점은 자명한 이치다. 

본지가 “실용성 있는 여수·광양산단 대기오염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는 것에는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민의 자각과 자발성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군민총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남해군대기오염대책위원회’는 어디서 나온 돈으로 싸움을 지속해나갈 것인가? 재정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 싸움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답은 남해군환경기본조례에 있다. 남해군환경기본조례 제18조(환경보전 활동에 대한 재정지원 등)는 ①군수는 환경보전 및 개선을 위한 시책추진에 소요되는 경비의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재정상의 조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군수는 군민ㆍ사업자 등이 조직하는 민간환경단체 또는 연구기관이 행하는 자주적인 환경보전 활동의 촉진을 위하여 시설의 설치ㆍ운영 또는 조사ㆍ연구 등에 필요한 기술지도, 조언,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남해군수가 이 조항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실용성 있는 여수·광양산단 대기오염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자!’는 본지의 제안을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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