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아침을 밝혀주는 햇살이 참으로 신선합니다. 길고 긴 어둠을 떨쳐내고 밝음을 세상에 드리우게 한 햇살. 그가 만물에 미치는 영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심오하기만 합니다. 이때가 되면 필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 뒤 텃밭을 산책합니다. 늘 걷든 길이지만 오늘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생애 최초요 처음으로 맞이한 오늘에서 걷는 걸음이며, 오롯이 전체 생명이 진화하는 연속성에서 지금에 맞이한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소담한 대나무 숲 하며 푸릇한 잎이 솟아 나오는 감나무와 배나무에 인사를 나눕니다. 얼마 전 심은 땅 두릅과 새잎이 솟아오르는 더덕, 토마토와 고추, 애호박 그리고 오이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니 그들 생명 또한 활짝 웃으며 따뜻이 맞아줍니다. 다소곳이 펼쳐지는 그들의 내밀한 정서와 교감하는 사이 사방에서 들려오는 생기(生氣)는 어느덧 필자의 가슴을 파고 듭니다. 생명의 소리, 그 진지한 화음이 만물을 성장케 하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이목을 집중시키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감지될 화음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안다는 차원을 넘어 이미 애심(愛心)을 발현하고 있었습니다. 

소리 입자는 공명으로 서로를 유익하게 합니다. 또한 편안하고 고운 음률은 언제든 드세고 불규칙한 파동을 정화하며 심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줍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악과 농작물의 상관관계에서도 양자는 보이지 않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특히 소리의 향연에서 농악대의 가락이 농작물의 병충을 제어하도록 자생력을 솟구치게 한다는 점은 유의 깊게 바라볼 대목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소리가 자연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름할 수 있습니다. 그런고로 만약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뭇 생명을 향하여 진언(眞言)과 낭송을 해본다면 어떻겠습니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진언이나 낭송에 반드시 반응을 한다는 논리는 생명 모두에게 고루 통할 이치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부정을 이야기한다면 일체 생명 또한 부정으로 대응할 것이며 우주의 실상 역시 부정의 기류를 흘러 보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이 담긴 소리에 긍정으로 반응하는 생명의 기민함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람 역시 좋은 소리, 긍정적인 소리,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들으면 내면에서 긍정심 을 일으킬 것이요 심신이 안정되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이처럼 소리로서 지켜내는 파동의 기류에서 진언과 낭송이 갖는 의미야말로 만물을 이롭게 할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진언하고 낭송하라, 현자의 말씀이나 성인의 유훈을 진언하며 낭송할수록 전체 생명과 교감하는 능력은 증대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진언을 통하여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본성적 차원의 생기(生氣)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 기쁨인들 오죽하겠습니까?

저 멀리 영국의 핀드혼 공동체에서는 사랑의 일체감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 기도의 과정을 통하여 전체 우주와 조율하는 감각을 키워나갑니다. 기도와 명상으로 담아낸 순수 마음의 힘이 작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하는지 가름할 좋은 사례입니다. 이를 보면 마음의 선명성 여하에 따라 작물의 성장력 또한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입자와 입자는 서로 공명하며 일체로 교감한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되돌아보아야 할 사안입니다. 이러한 교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잠재된 본성의 소리를 얼마나 공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본성과의 공명, 그 자체만으로도 세상과 나는 둘이 아니요 하나라는 위대한 정서를 깨우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소리를 듣는다는 것, 이제 그 방향을 밖이 아니라 내면에 두고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가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본성을 감지할 내면의 소리를 지켜 깊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면 생애(生涯)는 더욱 찬란히 행복의 꽃을 피워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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