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평소에 쓴 일기

남해소망의집에 거주하는 최경호(54세)씨는 취미생활로 그림도 그리고 글쓰기도 한다. 축구도 하고 요즘은 직장도 다니고 있다. 그림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작년에는 원우와 함께 미술2인 전시회도 가졌다. 풍경화를 즐겨 그리는데 요즘은 벚나무를 그리고 있고 앞으로는 인물화에 도전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웃기를 잘하는 그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간질을 앓아오고 있다. 
어렸을 때는 “왜 이런 몸으로 태어났을까”하는 자괴감에 빠져 부모를 원망하고 세상을 싫어했지만 이곳에서 신앙을 가진 후부터는 어둠보다 밝음에 가까운 사람으로 바뀌었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간질로 인해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집에서 생활을 하다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곳 환경에 적응이 된 그는 이제 고향을 잊은 듯했다. 다른 중증 원우들에 비하면 장애 정도가 아주 가볍지만 언제 어디에서 또 이런 증세가 나타날지 알 수 없어 언제나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최경호 씨를 만난 것은 작년 김희자 수필창작교실에서였다. 수강기간 동안 결석하는 일 없이 수업을 받고 종료가 되었는데 올해 3개월 과정에 또 수강 신청을 하여 다시 그를 만나게 되었다. “옛날부터 말도 잘 못하고 세상이 두렵기도 해서 일기를 쓰곤 했는데 그 일기장이 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말을 전한 후 뜻밖에도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소리를 했다. “TV를 통해 정상적인 사람들이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 비록 몸은 장애지만 이렇게 사는 우리가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한 사람이 나쁜 짓 하는 걸 보면 우리가 장애를 가진 게 오히려 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하여 뜨끔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공동체 속에서 살면서 자신이 생각한 관점으로 글을 쓰고 싶고 장애인의 삶을 보고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게 됐다는 최경호 씨는 정상인보다 더 정상인이었다. “요즘은 장애가 없는 사람도 미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도 있으니 우리를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장애를 가진 이유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원우들의 마음에는 상처가 있으니 그 마음을 잘 알고 대해야 한다” 원우들에게 혹시 어떤 도움을 주느냐는 말에 “우리는 아무 말을 안 해도 마음으로 서로를 돕는다”고 했다. 몸은 불편하지만 올바른 사고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축구를 하고 직업도 가진 최경호 씨는 원우를 생각하는 마음도 깊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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