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강만을 내려다보는 호구산 품에 안겨있는 용문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장도량으로서의 진면모를 완성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인 쌍계총림 방장 고산 혜원대종사스님의 제자인 지각스님이 지난 2014년 용문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지장도량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면모를 갖추겠다고 발원한 서원이 이뤄진 것이다.

그 서원은 지장경이 전하는 지장삼존대불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지각스님은 4년 만에 이 서원을 성취하고 지난 414(불기 2563년 음력 310) 그 완결인 지장삼존대불 점안식을 봉행했다. 지각스님은 이로써 자신의 원력을 만방에 입증해냈다.

이날 점안식에는 본향 남해읍 양지마을 출신인 법산 대종사스님을 비롯하여 쌍계총림 본사인 쌍계사 주지 원정스님, 남해불교사암연합회 회장스님인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 등 불교계 지도자들과 장충남 남해군수, 박종길 남해군의회 의장, 홍덕수 경남도립남해대학총장, 박동주 남해경찰서장, 정현태 전 남해군수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서울과 대구 등 전국 각 지역의 불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용문사 남성 불자모임인 거사림회(회장 송한영)와 여성 불자모임인 지장회(회장 최옥순) 회원들은 점안식 봉행에 필요한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점안식 도중에 하늘이 비를 뿌렸음에도 순조롭게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맡은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해냈다.

이날 오전 9시 점안식이 시작되자마자 비가 내렸다. 날씨 때문에 행사를 단축할 법 한데도 법요식을 주도한 쌍계사 주지 원정스님은 끝까지 법요식대로 법회를 이끌었다. 스님도, 내빈도, 신도들도 비를 피하지 않았다.

지장대보살의 눈에 점을 찍고 거울로 광명을 비추어 법신에 생명을 불어넣는 화룡점정을 담당한 분은 법산 대종사스님이었다. 법산스님은 법요식이 끝나고 난 뒤 이어진 축사 순서에 마이크를 잡고는 원정스님을 일러 역시 고산 대종사스님의 제자답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법산스님은 또한 오늘 용문사가 우리나라 첫째가는 지장도량이 되었는데 지각스님의 대단한 원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점안식에 잠깐 비가 내리니 이건 자연감로수로다. 금방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지니 이 또한 영험한 일이 아니냐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원정스님은 제가 잠깐 보리암 주지로 있을 때 지각스님과 함께 보리암은 관음도량, 화방사는 약사도량의 면모를 갖추었듯이 용문사는 지장도량을 면모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것이 정말 거짓말처럼 이뤄졌다. 지각스님의 원력에 놀랐다고 기뻐했다.

정현태 전 군수는 원정스님의 말씀처럼 용문사 지장삼존대불 점안식을 연 오늘로부터 우리 남해가 진정한 불국토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면서 이제 우리의 마음에도 불국토를 이뤄나가자는 축사를 전했다.

지각스님은 지난 4년 동안 우리 불자들의 서원을 한 푼 두 푼 모아 이 대불사를 이뤄낼 수 있었다.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면서 특히 거사림회 송한영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 지장회 최옥순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에게 이 자리에서 마음의 감사패를 지어드린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점안식의 뒤풀이는 오카리나 연주자 초청공연에 이어 최근 트로트신동으로 뜨고 있는 하동 진교 출신 정동원 군 초청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지장삼존대불 조성불사가 절실했던 이유

이날 점안식을 가진 용문사의 지장삼존대불은 좌상석불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라고 한다. 지장삼존대불의 규모를 살펴보면 좌대에서부터 후광의 첨단까지 높이가 3층 건물높이에 이르고 지장보살을 좌우에서 협시하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으로 구성된 삼존불의 무게를 다 합치면 무려 140톤이 넘는다고 한다. 경사지라 쉽지 않았던 시공조건을 다 극복해낸 그야말로 대업이었던 것이다.

지장삼존대불이 앉은 자리는 대웅전을 바라볼 때 왼쪽 후방이다. 오른쪽에 지은 템플스테이 전용관인 선열당(禪悅堂)과 함께 용문사는 이제 남해를 대표하는 사찰로서 더욱 완전한 도량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그렇다면 지각스님은 왜 이토록 용문사를 지장경의 진여도량으로 만들려고 할까? 그 연유는 앞서 원정스님이 언급한 내용에서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불교는 중생의 서원이 바탕이 된 종교다. 중생의 다양한 바램이 이뤄지려면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부처님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것이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비로자나불, 미륵불, 약사불, 관음보살, 지장보살, 천수천안을 가진 부처님이 있는 이유다.

용문사는 불자들 사이에 이승의 삶을 다한 사람의 극락왕생을 비는 지장도량으로 널리 인지되면서 영가를 많이 모시는 지장도량으로서의 입지를 시나브로 구축해왔다. 용문사의 내력, 즉 용문사 창건설화에는 원효대사가 등장한다. 원효대사의 효심이 창건설화의 진수다.

원효대사가 용문사의 원찰이었던 보광산(금산의 원래 이름)에 보광사를 창건한 뒤 명부전에 지장보살을 조성하여 어머님의 위패를 모시고 100일 기도를 했다고 전한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내생을 여섯 가지 도(육도-지옥계, 축생계, 수라계, 아귀계, 인간계, 천상계)로 나눈다. 이승의 업보에 따라 내생이 결정된다. 이것이 연기론이다. 즉 원효대사가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100일 기도를 드렸다는 설화인데 이것이 곧 용문사가 지장도량이 된 근원인 것이다.

지장보살(地藏菩薩)은 지옥계로 떨어진 사람들이 온갖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중생들을 다 구제하기 전에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부처이다. 그래서 부처임에도 부처가 아닌 보살로 부른다.

지장삼존은 지장보살, 도명존자(道明尊者), 무독귀왕(無毒鬼王)을 말한다. 지장보살 왼쪽에 가까이 서서 지장보살을 시봉하는 도명존자는 부처님을 모셨던 아난존자처럼 지장보살을 시봉한다. 도명존자는 중국 양주에 있는 개원사 승려였는데 우연히 사후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이를 그림으로 그려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스스로 지장보살을 시봉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장보살 오른쪽에서 협시하는 무독귀왕은 모든 망자들의 명부를 가지고 관리하는 사후세계의 왕이다. 무독이라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판관이 아닌 지장보살이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즉각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역할만 한다. 그래서 지장보살이 등장하는 탱화에서는 반드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협시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용문사가 진여지장도량(眞如地藏道場)이라고 자부하려면 이러한 지장세계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지장삼존을 모시는 일이 당연한 과제였고 지각스님이 이 서원을 발원하여 4년 만의 지극정성 매진 끝에 이날 점안식을 가진 것이다.

특히 용문사의 지장삼존불은 이를 쫀 석공의 솜씨가 탁월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불자라면 꼭 한 번은 직접 봐야 할 매력 포인트를 용문사가 가지게 된 것이다.

용문사 명부전에 있는 지장보살의 좌대에는 12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는데 똑 같은 모습이 아니라 애기용에서부터 큰 용까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명부전의 지장보살 좌대에 각기 나이가 다른 용의 모습을 새겨 넣은 독특함은 지장도량이라는 용문사의 특성에 너무 잘 어울린다. 이제 용문사에 가면 거대한 석불인 지장삼존대불과 함께 명부전의 지장보살도 꼭 한 번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날 점안식은 불교방송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한편 지각스님은 지장삼존대불사 회향식 초파일을 지낸 이후에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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