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와 사천, 고성, 통영, 거제를 망라한 남해안 연안어업인들이 자신의 조직인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집행부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이들은 집행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제 밥그릇을 스스로 깨는 내용이 담긴 건의사항을 해양수산부에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8일 오전 삼천포수협 대강당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던 전국연안어업인 지역임원 간담회장은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남해뿐만 아니라 사천, 고성, 통영, 거제지역 연안어업인들이 몰려들어 연단을 장악하고 회의를 진행할 수 없도록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의를 시작하려는 김대성 회장과 이기호 사무총장에게 몸을 부딪으며 물러나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종이에 쓴 구호는 ‘연안어업 팔아먹는 김대성은 물러나라’였다. 어떤 사람은 마이크를 잡고 “연안어업인 이름을 팔아먹는 사기꾼”이라고까지 김대성 회장에 대해 공격을 퍼부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날 항의를 했던 어업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김대성 회장과 이기호 사무총장이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어업정책과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연안통발 규정 개정 및 무허가 불법어업의 강력한 단속을 요청했는데 그 내용이 남해안 연안어업의 실정을 전혀 모르는 제 밥그릇 깨기 식이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전 업종 야간 집어등 사용을 금지하고, 통발 설치 제한규정을 현행 2500개에서 1000개로 축소하고, 자망은 현행 12,000m에서 6000개로 축소하도록 하며, 생분해성 어구를 사용하도록 정책을 시행해줄 것을 촉구하고, 연안어민의 절대숙원인 기관개방검사는 폐지해야 하며 이러한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5월말 전국 총 궐기대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연안어업인들의 심기를 자극한 건 김대성 회장이 경남연안통발어업인들이 요구하는 규정 개정(통발그물코 규격을 22mm로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입구둘레를 350mm로 넓혀 달라)에 대해서는 무조건 거절해달라고 말했다고 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낙지를 주로 포획하는 득량만의 어업인들이 그물코 규격을 22mm에서 18mm로 줄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들어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집행부의 이러한 건의내용은 경남의 연안어업인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인데 어떻게 집행부가 나서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순간부터 집행부를 불신임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해명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대성 회장은 “건의한 내용은 모두 연안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애매한 수산업법상의 시행령 규정 때문에 범법자가 되는 연안어업인들의 현실을 개선해보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 간담회장을 장악한 어업인들은 “통발의 통자도 모르는 말”이라면서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배경에는 김대성 회장이 정치망업자이기 때문에 정치망의 이익만 지키려 한다는 의심을 강하게 깔고 있었다. 
정작 어족자원의 씨를 말라는 어업은 정치망이 아니냐는 항의가 여기저기서 빗발쳤다. 아수라장의 상황이 끝까지 이어진 이날 회의의 결론은 집행부가 자진사퇴할 때까지 가자는 것이었다. 
한편 이날 간담회 이후 진행된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이사회에서는 집행부 사퇴는 있을 수 없다는 결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연안어업인들의 내홍이 어떻게 수습될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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