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박 철명상디자인학교 교장

요즈음 먹거리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송 매체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으로 그만큼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입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맛집은 물론 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사에도 먹거리는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먹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고 심신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먹거리를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할 수 있으며 건강을 보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먹을거리를 대하는 자세는 물론이고 먹을 요령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부터 우리는 먹는 것에 대한 예도를 소중히 하여 왔습니다. 밥 한 그릇의 의미를 담아 생명 공경을 말씀하신 선각자도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규합총서(閨閤叢書) 편 식시오관(食時五觀)에도 다섯 가지 예도가 나와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 상을 차린 정성을 헤아리고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한다. 둘째, 자신의 덕행을 살펴보아 밥을 먹을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셋째, 과하게 먹고 싶고 맛난 것을 탐하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는 법도를 생각한다. 넷째, 음식을 좋은 약으로 여기고 형상의 괴로운 것을 고침을 생각한다. 다섯째, 일을 이루기 위해 음식을 받아야 함을 생각하는 것 등입니다. 이처럼 먹는 것은 우리가 담아낼 마음의 양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합니다.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으로 귀결될 먹을 자격, 먹을 가치를 생각하면 이는 곧 사람의 근본을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연결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맛을 내는 일과 먹는 일이 양분 섭취와 생존으로 양분된다 하여도 이는 곧 마음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기쁘고 즐거우면 진미를 느낄 것이요 만약 마음이 유쾌하지 못하다면 좋은 맛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심신일여(心身一如)이듯 몸과 마음의 관계에서 먹는 행위는 각기 감정여하에 따라 맛을 감지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분노에 휩싸였을 때,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맛을 느낄 감각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물이라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거나 과하게 먹으면 위가 넘쳐나 마음과 기운을 운용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심기(心氣)와 식습관의 상관 관계에서 어느 한쪽의 불편함은 다른 쪽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일까요? 사실 우리의 마음은 늘 과거의 어떤 사실에 집중하고 있기에 지금 이 시각에 경험하는 소중한 행위를 놓치기가 일수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지금, 이 순간 생각이 다른 데 가 있다면 이를 재빨리 알아차리고 지금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해보는 것입니다. 입안에 들어온 음식을 감지하며, 혀와 이빨의 움직임, 침과 음식이 썩혀 돌아가며 잔잔한 숨결과 음식의 기운이 함께하여 잘게 씹어지는 음식에 집중해봅니다. 오롯이 씹는 감각에 집중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맛이 색다를 것입니다. 비록 과거에 맛보았던 것 같은 음식이라 하여도 이미 지난 경험에 익숙해진 그 맛이 아닙니다. 여기에다 음식이 오기까지 전 과정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담아낸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음식은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입니다. 전혀 새로운 맛, 전혀 새로운 느낌이 몸과 관련된 것이라면 마음 역시 새로움을 더하는 것이 먹음에 대한 도리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 안에는 본성적 차원의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음식을 넣는 것은 순수 영혼을 기르는 자양분입니다. 곧 먹는 행위 하나하나는 본성에 이르기 위한 수행이라는 점에서 명상을 통한 집중된 의식으로 마음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