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한국유배문화연구소장·경상대 강사)

(사)남해역사연구회(회장 김창열)가 서포선생 추모제를 봉행한 지 어언 13년째가 됐다. 제13회 서포선생 제327주기 추모제를 2019년 4월 28일(일) 오전10시, 서포문학공원(용문사 입구 대형주차장 상단)에서 (사)남해역사연구회, 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 한국유배문화연구소, 용문사, 남해문학회 공동으로 봉행하고, 이어서 필자가 주제(서포소설 성립의 배경 연구)강연을 할 예정이다. 
(사)남해역사연구회는 유배문학의 대표 격인 서포선생의 기일을 맞이하여 ‘유배문학의 꽃, 세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구운몽』의 창작지 남해를 널리 알리고 있다. 남해군의 소중한 문화자산인 유배문화의 시대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노도 문학의 섬’ 홍보 및 ‘김만중문학상’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남해유배문학관의 활성화를 기하고, 남해의 관광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전국규모의 ‘서포문화제’ 개최 준비를 위함이다.
‘남해 유배문화’라는 표현에서 남해라는 두 글자는 근본적으로 장소다. 남해 유배문화는 장소를 떼어놓고 논할 수 없는 일이다. 문재원 교수는 장소성에 대해 “장소성은 어떤 실체로서 존재하기보다는 담론과 실천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고안물”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남해 ‘유배문화’ 운동이 창출하려는 ‘남해유배문학관’과 올해 마무리되는 ‘노도 문학의 섬’ 조성사업이 갖는 역사적 정체성과 전략 또한 ‘인문학의 메카‧구운몽의 고장 남해’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린 것이지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은 남해군과 정부와 전문가의 노력과 깨어있는 남해가 고향인 사람들과 남해군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온 국민의 거국적 참여와 지지를 받게 될 것이며, 전국 규모의 ‘서포문화제’ 개최가 이루어질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작가 김탁환 교수가 ‘셰익스피어’와 ‘김만중’을 언급한 기사에 따르면, 1998년 71회 아카데미 작품상의 영예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돌아갔다. 이 영화의 핵심은 셰익스피어(1564~1616)가 자신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로미오와 줄리엣」을 지었다는 데 있다. 세계적인 이 영화를 음미하기 위해서는「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영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민들은 물론이고 비영어권 국민들 가운데「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17세기 영국의 대문호와 작품에 대해서는 탄복하면서도 우리의 17세기 대문호는 누구이고 또 어떤 작품이 널리 읽혔는지는 알지 못한다. 셰익스피어의 사랑은 친숙하면서도 김만중의 희망적인 구원의 사랑에는 왜 어색하고 무관심 한 것일까?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에서부터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까지 그 연결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동안, 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오늘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모든 국민이 널리 공유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김만중 선생이 말년 남해 유배지에서 지은 양대 소설(『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의 지금의 의미를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탐구하고 이를 국민들이 모두 공감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서포 김만중 선생과 『구운몽』이 어렵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구운몽』이 어렵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올해 ‘노도 문학의 섬’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해군의 문화정책과 ‘노도 문학의 섬’ 사업이 그만큼 타당하고 사명감에 가득 찼다면, 하드웨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알맹이가 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일 중대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서포 선생의 창조능력으로 말년 남해 유배 시절, 남긴『구운몽』은 미래 콘텐츠 개발 자료로서의 고소설 활용방안으로 사용될 남해군의 무한자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남해역사연구회가 매년 봉행하고 있는 ‘서포선생 추모제’ 행사에 지금까지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인 동참과 관심을 가질 일이요, 그렇게 될 때 세계적인 작품『구운몽』의 창작지 남해를 거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구운몽』소설 속의 인물들을 ‘노도 문학의 섬’과 ‘앵강만’에만 가두어 두지 말고 큰물에 헤엄치게 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이 있다면, 『구운몽』은 시대를 초월한 범세계적 가치를 지닌 유배문학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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