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실집들이굿놀음보존회원들. 이들은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밤 고현 게이트볼구장에서 연습을 해왔다.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이들이 그동안 흘린 땀의 성과는 오는 15일 도 무형문화재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 오실집들이굿놀음보존회원들. 이들은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밤 고현 게이트볼구장에서 연습을 해왔다.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이들이 그동안 흘린 땀의 성과는 오는 15일 도 무형문화재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자산으로 등재된 남면 ‘선구줄끗기’와 함께 우리군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재로 원형을 복원시킨 ‘오실집들이굿놀음’. 고현면 오곡마을 주민들이 고 정의연 향토역사연구가와 함께 복원노력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그로부터 15년만인 오는 15일(월) 오후 2시부터 이순신순국공원 내 리더십체험관 한옥에서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기 위해 심사위원들 앞에서 시연을 펼친다. 
이날 시연 성적에 따라 오실집들이굿놀음이 경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느냐가 결정되게 된다. 앞으로 오실집들이굿놀음을 전승하는데 따르는 비용을 도비로 지원받을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절차이므로 재정자립도가 허약한 우리 남해군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오실집들이굿놀음보존회 김정준 회장<사진>은 “구경꾼이 많아야 우리 연기자들의 흥도 살아날 수 있고,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서 “우리 군민들이 이날 현장에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간절한 눈빛으로 군민들에게 호소했다.

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오실집들이굿놀음이 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도 지정 무형문화재 인정규정에 맞는 격을 갖춰야 한다. 도 지정 무형문화재는 예능보유자→예능보유자후보→교육조교→예능이수자가 있는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의 예능보유자는 오랜 기간 화전매구패 상쇠로 활약해온 오곡마을의 박삼영(46년생) 씨다. 그는 고 정의연 향토사연구가가 오실집들이굿놀음을 고증하고자 할 때 오곡마을에서 전승되어온 집들이굿놀음의 형식과 내용을 증언해온 주인공이다. 
예능보유자후보는 현재 화전매구패 상쇠로 활약하면서 화전매구패를 이끌고 있는 고현면 대곡마을의 이긍기 씨(54년생)이다. 
교육조교는 화전매구패 사무국장인 이우심 씨(67년생)이다. 이수자는 11명인데 김정준 오실집들이굿놀음보존회장(54년생)을 필두로 오곡마을 주민 구남효 씨, 김기홍 씨, 박동귀 씨, 김춘성 씨, 임세열 씨, 김영근 씨, 윤희엽 씨, 장영주 씨, 강재우 씨, 류길영 씨이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이 제대로인 시연을 위해서는 이들 외에 전 주민이 동원되어야 한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은 지난 2013년 경남민속예술축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이에 따라 2014년에는 제55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경남 대표로 출연하기도 했다. 오곡마을 주민들은 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한 마지막 심사단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들여왔던 것이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은 새 집을 지어 집들이를 할 때 온 마을사람들이 축하를 해주는 대동놀이였다. 온 동네사람들이 어울려 잔치를 벌였다. 오실집들이굿놀음에는 곳간을 지켜주는 ‘업’이 등장한다.  
매구패가 집안 구석구석을 돌면서 굿 놀음을 하는 동안 집들이를 하는 집의 대문밖에 짚으로 만든 접살(우비의 일종)을 둘러쓴 두꺼비가 오른손에 국자를 들고 왼손엔 주걱을 들고 웅크리고 있다. 업 잡이가 나서 업을 곳간으로 들이기 위해 으르는 동안 이 업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두꺼비 걸음으로 여기까지 온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업이 곳간으로 들어가면 곳간 굿을 하는데 그 사설이 참 재밌다. ‘한 섬을 쌓고 나면 열 섬이 되게 하소. 열 섬을 쌓고 나면 천만석이 되게 하소. 좀벌레도 막아주고 쥐즘생도 막아주소. 잡귀잡신은 물러가고 만복일랑 점지하소. 앞을 보니 천석꾼, 뒤로 보니 만석꾼. 천석만석 쌓아놓고 천년만년 누리세’라고 노래한다. 
곳간 굿이 끝나면 온 동네사람들은 ‘치나 친친 노세’라는 흥구를 부르며 매구패와 한바탕 어울려 논다. 오실(오곡마을의 옛 이름)마을 집들이의 대미는  매구패의 12마당 판굿으로 이어진다. 어느 곳에 이렇게 화려한 집들이를 했던 곳이 있었을까?

오곡마을 주민들이 집들이굿놀음을 전승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짐작해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노령화의 벽을 넘고 농사철의 고단함을 이겨내야 가능한 일이다. 러닝머신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화 하는 삶의 길 위에서 100여 년 전의 삶을 복원해내는 일이 말처럼 그리 쉬웠으랴. 주민들 모두가 공동체의식으로 똘똘 뭉치지 않았으면 오늘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오실집들이굿놀음이 이번에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면 올해 10월에 있을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는 더 큰 잔치분위기 속에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군은 고 정의연 향토사연구가에게 특별한 상훈을 추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승문화를 잘 계승하는 지역은 다른 지역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고 전통문화의 향기를 한층 더 뽐낼 수 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지역을 사랑할 수 있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요소로 만들 수도 있다. 유서 깊은 문화를 잘 전승하는 것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며 문화관광산업을 일으키는 킬러콘텐츠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오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은 고현의 뚝방축제도 열린다. 그에 이어 15일 오실집들이굿놀음의 무형문화재 심사가 열린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이 이번에 꼭 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군민들 모두가 성심으로 응원해야 할 일이다. 15일에는 꼭 이순신순국공원으로 소풍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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