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박철 /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미세먼지가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가히 오염 정도가 전국 어디서든 해당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청정지역이라 할 이곳 남해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거의 하늘이 누렇게 변할 정도로 뒤덮인 미세먼지는 생활 전반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호흡기질환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적신호가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는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입니다. 거리에 나서기가 무서울 정도로 위협적인 미세먼지는 발생지가 중국으로 지칭되기도 합니다만 오염의 빈도로 보면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자동차의 매연이나 산업 현장에서 내뿜는 유해물질 등이 미세먼지의 주범인 까닭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을 비중 있게 다루어왔던 터여서 인식의 폭이 넓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세먼지 역시 산업혁명 이후 오랫동안 야기되어 왔던 누적된 생명 경시 풍조가 결정적 원인인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미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가히 괴질이라 할 각종 질병의 범람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광우병, 메르스, 조류 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에다 이제 미세먼지까지 창궐하니 괴질에 대응할 면역력을 가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이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나 유해한 환경이 재앙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다 산업 현장의 속성인 빠르고 신속하게, 생산 목표달성, 작업능률 강화, 무한경쟁의 속도전 등은 인간의 성정마저 자유롭게 놓아두지 않습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는 절단, 파괴, 무시, 투쟁, 차별, 대립의 에너지를 양산합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기류는 만성적 분노나 스트레스를 낳는데 종국에는 급진적 행동을 부추기는 모양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욕망이나 분노는 두려움과 함께 몸이 경직되거나 긴장감에 젖어들게 합니다. 한편, 여기서 드러나게 될 사념(邪念)은 무의식에 저장되어 자신도 모르게 과민, 과다 반응의 양상을 드러냅니다. 먹는 것, 즐기는 것,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자동차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의식보다 무의식이 행동에 스며드는 경우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자동차의 엑셀을 여과 없이 밟는 일 등이 그것입니다. 감정(분노나 불안, 두려움, 초조, 긴장감) 여하에 매연이 가중되거나 미세먼지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해환경이나 미세먼지를 줄일 방도는 없는 것일까요? 근본적인 해결책에서 제도적 방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이른바 육신에 위해를 입히는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내적 수양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생명력이란 내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생명력을 순수하게 회복해야만 치유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경이로움과 신비감과 존경스러움이 담긴 우주 전체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서의 소중함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정책은 외연으로 접근하기보다 본성적 측면의 심기(心氣), 성정(性情)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방법론적으로 명상, 수련, 수양 등으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감정의 발산보다는 순일한 본성을 탐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일한 본성이란 나는 나만의 나가 아니요, 전체로서의 큰 나를 내포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 큰 나를 찾을 때라야 일체 생명이 하나라는 것을 직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곧 지구 전체 생명이 나의 분신이요 일체 생명이 큰 나라는 의지를 수용할 때라야 유해한 환경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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