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어느 시인은 봄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했다. 나무살갗을 뚫고 새싹을 틔우니 나무의 고통을 생각하며 그런 표현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봄인 4월1일 남해군민은 그보다 더한 잔인한 일을 겪어야했다. 국제탈공연예술촌을 설립하고 10년 동안 남해예술발전에 심신을 바쳐온 남해의 큰 인물 김흥우 촌장을 갑자기 잃었기 때문이다. 남해군민은 그 분이 남긴 업적과 예술혼을 꿈에도 잊을 수 없어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추모해오다 지난 해 10월 공석이었던 그 자리에 그분의 유지를 잘 받들 권혁기 촌장을 모셨다. 권 촌장은 서울에서 35년 동안 연극을 주업으로 하며, 뮤지컬‧창극‧국악‧무용‧방송‧행위예술‧영화부문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바쁘게 활동을 하다 남해와 인연이 닿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전 촌장이 세운 기반 위에 자신의 기술을 얹어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많은 기획을 하고 소박한 무지갯빛을 연출해 내는 권혁기 촌장을 만나 국제탈공연예술촌의 활성화 방안과 올해 계획 등을 다각도로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촌장으로 부임한 지도 어느덧 5개월여가 된 것 같다. 작년 12월에 개최된 남해섬 송년공연예술제가 성황리에 끝났다는 말들이 무성했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올해는 어떤 계획들을 예정하고 있는지
=10년 동안 김흥우 촌장님이 비옥한 터전을 마련해주고 많은 공을 들인 덕분에 저는 이 사업소에 축적된 기술을 뿌리는 일에 몰두할 생각이다. 근 35년 동안 연극‧뮤지컬‧창극‧국악‧무용‧방송‧행위예술‧영화 등의 분야에서 쌓았던 경험과 크고 작은 이벤트들을 해왔던 것을 바탕으로 탈공연예술촌을 이끌어 갈 것이다. 전 촌장님이 그동안 해마다 세 종류의 축제를 해왔지만 저는 지난 2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월 세 번째 주말에 정기공연을 기획해 놓았다. 특히 5월은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이어서 한 주 더 아동극을 잡아놓았고, 12월에도 탈공연예술제 또는 공연예술제라는 명목으로 한 주 더 연극을 추가해 놓았다. 이에 간단하게 하나를 더 덧붙인다면 관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지역민과 함께하는 교육연극도 구상 중에 있다. 

■ 남해와는 어떤 인연으로 오시게 되었는지 
=전 촌장님과 사업을 하셨던 어느 지인의 추천으로, 2011년 관내 초등학교 교사대상 연극워크샵 강사로 초정된 적이 있었고, 2013년 남해 얼 역사재현 놀이연극 체험을 위해 남해해양초등학교에 강사로 왔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이번에 추천을 받게 되었다. 제가 태어난 예천군과 이곳 이미지가 비슷하여 낯설지 않았고 탈공연예술촌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였기에 여기 오는 것에 별 걸림돌이 없었다. 

■ 다양한 장르를 접하며 오늘에까지 이른 촌창님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문화백화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러 분야로 활동을 넓히게 된 배경은
=다른 장르를 접하긴 해도 주업인 연극은 항상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예술은 하나로 통하니까 무엇을 하든 원 뿌리는 훼손되지 않았다. 제가 연극연출가로 계속 머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대학교수님이 연극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다른 장르도 공부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래서 뮤지컬 창극 국악 무용 영화 방송국 피디생활 이벤트회사 행사 축제연출 등도 많이 하게 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연극이라는 문화예술이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만남을 가지느냐, 내가 가지고 있는 연극은 어떤 만남을 가지느냐,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오지만 연극에 대한 선호도를 모두 가진 게 아닐 것’이라는 생각 등으로 고민하다 20여 년 동안 교육연극의 길을 걷게 되었다.

■ 교육연극이란 어떤 것인지
=연극은 두 종류로 분리해서 볼 수 있다. 연극교육은 연극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고, 교육연극은 사회복지적인 부분이다. 교육연극을 통해 인성‧창의성‧자존감을 개발하고 발표력‧협동심 같은 부분들을 연극을 통해서 기르게 되며, 인성개발이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게 되어 교육연극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큰 의미로 봤을 때 예술이 일반민중 앞에 군림해서도 안 되고 벽에 걸려 있는 것만으로 끝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일반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이 돼야 한다. 나는 민속학자이고 문화재전문위원 행위예술가이자 인형극연희자인 심우성 선생님의 제자이다. 예술과 전통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전수받았다. 교육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내가 4년 전에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펼쳤던, 초등학생부터 60세 할머니까지 참여하는 시민 연극도 그 한 방편이었는데 그런 것을 이곳에서도 펼칠 생각이다. 

■ 외람될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도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는 예술인으로 활동할 기회가 많을 텐데 여기로 오신 특별한 이유나 그린 밑그림이 있다면 
=나는 옛날부터 국제탈공연예술촌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매력을 느꼈다. 관광 남해가 서울과 똑같은 서울로 닮아가는 게 아니고 남해가 주체적으로 문화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면접 볼 때도 말했지만 서울에서 우수한 팀을 초청해서 축제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 지역민들이 탈 문화를 접하고 공유하며 탈 공연으로 최고의 팀을 꾸려나가는 것이 중요이다. 그래서 지난2월부터 금석마을 청년회와 부녀회 주민들을 초대하여 연극을 관람하게 했고 간간이 교류를 하기도 했다. 이 공간은 특정인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각 마을의 전통인 정월대보름행사나 고현집들이굿놀음 행사가 잘 살아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보물섬에 점원보다 주인이 많아야 한다. 주인의 격을 갖추고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특수성 자존심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나 점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 어떤 국제탈공연예술촌이 되기를 원하나
=일단 우리 군민들이 이곳에 오면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쉽고 즐거운 공연을 접하게 해야 한다. 서울에서 고민을 하게 하는 어려운 공연이 아니라 쉬운 공연을 만나게 하여 문턱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 내년에는 지역예술가들이 국제탈공연예술촌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전년도인 12월 공연을 통해 많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올해에도 지역민에게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극장의 시설이 잘돼 있다. 교육연극놀이를 통해서 수시로 놀고 연습하고 발표도 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365일 끊이지 않는 곳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 이외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올해는 이동초등학교에서만 교육연극을 할 생각인데 내년에는 좀 더 많은 학교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12월 2일부터 6일까지 보물섬 청소년문화예술제를 가질 예정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학교대표 교사가 다 모여서 100명의 자장면 파티를 하자는 계획도 세우고 있고, 탈 전시도 한국 탈에 대한 분량을 늘리고 반입체로 벽에 붙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탈 의상을 입은 마네킹이 입체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안동에 탈 축제가 있을 때마다 매일 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것처럼 우리 지역도 관광효과를 거두기 위해 세계적인 국제탈공연예술촌이 되도록 할 것이며 남해의 자긍심을 발현시켜나갈 것이다.  

■ 오는 4월 1일은 김흥우 촌장님의 서거 1주기이다. 어떤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날 오전11시 이곳에서 공식행사처럼 하지 않고 조촐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 촌장님께서 많은 영향력을 끼친 문화원 언론인 그리고 지역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분이 걸어온 발자취를 함께 더듬으며 추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많이들 오셨으면 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