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실집들이굿놀음(남해군 고현면 오실마을 집들이 굿놀음)이 내달 15일 오후 2시 이순신순국공원 리더십체험관(기와지붕 한옥으로 보이는 곳)에서 경상남도 무형문화재로 인증을 받기 위해 도 문화재심사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오실집들이굿놀음보존회는 이날 실연을 잘 해야 한다. 오실집들이굿놀음보존회 회원들은 지난 수년간 주말을 제외한 거의 매일 밤 고현면행정복지센터 맞은편에 있는 고현면게이트볼장에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연습에 구슬땀을 흘려왔다. 그 결실을 볼 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군 행정당국과 군민들의 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은 새 집을 지어 집들이를 할 때 온 마을사람들이 축하를 해주는 대동놀이였다. 요즘에는 집들이에 초대를 받으면 화장지꾸러미 등의 간단한 선물이나 축의금을 전하는 것이 전부지만 농경사회였을 때는 달랐다. 집들이가 마을 전체의 큰 행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고현지역의 집들이는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고유한 형식이 있었다. 온 동네사람들이 어울려 잔치를 벌였던 점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오실마을 집들이는 마을매구패가 나서 한바탕 굿놀음을 하는 중에 ‘업’이 등장한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을 보면 맨 먼저 집들이 대주가 헌관이 되는 마을 당산나무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마을공동우물에서 새미굿을 한다. 이는 개인보다 마을공동체를 더 중시했던 의식을 나타낸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새 집에서 온갖 굿이 진행된다. 대문간에서 문굿, 집 안으로 들어가 성주굿, 조왕굿, 장독굿, 뒷간굿 등 집안 곳곳을 돌면서 굿을 한다. 오실집들이굿놀음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바로 곳간을 지켜줄 ‘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매구패가 집안 구석구석을 돌면서 굿놀음을 하는 동안 대문밖에 짚으로 만든 접살(우비의 일종)을 둘러쓴 두꺼비가 웅크리고 있다. ‘업’이다. ‘업’은 오른손에 국자를 들고 왼손엔 주걱을 들고 있다. 업 잡이가 나서 업을 곳간으로 모시기까지 으르는 과정이 가장 재밌다. 업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온 두꺼비로 확인되는데 농경시대에는 가장 중요한 곳간을 지키는 신이다. 업이 곳간으로 들어가면 ‘한 섬을 쌓고 나면 열 섬이 되게 하소. 열 섬을 쌓고 나면 천만석이 되게 하소’라고 바라는 곳간굿을 한다. 곳간굿이 끝나면 온 동네사람들은 ‘치나 친친 노세’라는 흥구를 부르며 매구패와 한바탕 어울려 논다. 집들이는 매구패의 12마당 판굿으로 마무리 된다. 그 어느 곳에 이렇게 화려한 집들이를 했던 곳이 있었을까?
잊어져 사라지고 말았을 고현지역의 집들이굿놀음을 되살려낸 이는 오곡마을 주민들과 故 정의연 향토사연구가이다. 남면 선구줄끗기놀이를 되살려내는 데에도 그의 땀이 배여 있다. 선구줄끗기는 2015년 12월 3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됐다. 1991년부터 남면 선구마을 고 김찬중 어르신과 함께 선구줄끗기를 고증해내고 2003년 6월 12일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받았던 그 지난한 일을 그는 해내었던 것이다. 

오실집들이굿놀음이 경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게 되면 우리 남해는 선구줄끗기놀이와 함께 두 개의 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게 된다. 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야 보존전수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에 대해서는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오곡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된 오실집들이굿놀음보존회가 집들이굿놀음을 되살리기 위해 그동안 흘려온 땀방울로 형성된 웅덩이의 깊이를 우리 군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오곡마을 주민들 모두가 공동체의식으로 똘똘 뭉치지 않으면, 마을의 전통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식하지 않고 있다면 결코 오늘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점을 우리 군민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 내달 15일 있을 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사를 위한 실연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군민들 모두가 성심으로 응원하자. 좋은 결과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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