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용 남해3 · 1운동발상기념사업회장
김환용 남해3 · 1운동발상기념사업회장

올해는 3·1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백 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이날을 맞아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분연히 일어났던 만세 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3·1독립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파급되기까지의 전 과정은 그냥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단일 운동으로서 전 국민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만세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으며 그 과정은 또한 어떠하였을까요. 여기에는 무엇보다 국난극복의 의지와 굳센 믿음, 그리고 생사를 초월한 투철한 신념이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1910년부터 서울 강북구 우이동 봉황각에서 민족대표 천도교 지도자 483명의 일곱 차례의 특별 기도를 통하여 발현된 3·1독립만세운동은 전체 민족의 결의로 이어진 위대한 혁명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국난극복의 의지를 밝히는 데 심지어는 육신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오직 성령으로 임한다는 뜻으로 이신환성(以身換性)으로 결의를 다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신념이 있었기에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전국에 발급 배부하는 일까지 전 과정이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순조로이 진행된 것입니다. 

이러한 의지는 하늘도 감동하며 함께 한다는 천우신조(天佑神助)로써 위기를 극복한 사례로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보성사(普成社)에서 독립선언서를 인쇄할 당시 악명 높았던 종로 경찰서 고등계 형사 신승희(申勝熙)에게 발각되어 위기를 맞이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때마침 보성사 사장인 이종일 선생의 기지로 이를 민족대표 의암 손병희 선생에게 알려 신승희 형사에게 당시 돈 5천 원을 건네 무마시켰습니다. 

또한 인쇄된 독립선언서 2만여 장을 옮기기 위해 안국동과 재동 두 곳의 파출소를 통과할 때 때마침 정전으로 인해 시내가 캄캄해진 틈을 이용하여 옮긴 일화도 기록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뜻과 신념을 펼치는 데는 하늘도 반드시 감동하여 돕는 정설이 헛됨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단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완벽한 준비를 거친 지도자들은 마침내 3월 1일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탑골공원에서 수많은 군중의 만세를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3·1독립운동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통하여 맺어진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하나로 통한다는 이치에서 특히 천도교와 불교 그리고 기독교의 지도자들이 함께함으로써 명실 공히 민족 대화합을 이루는 근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오늘날, 국난 극복의 시금석이 될 화합의 근저에서 3·1독립 운동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가장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으로 귀결됩니다. 

남해지역의 3·1독립만세 운동도 그 한 달 뒤인 4월 2일 설천면 문항리 신작로(솔곳)에서 시작되어 4월 4일에는 남해읍, 4월 6일에는 고현 포상으로 번져나갔다고 합니다. 우리지역도 자랑찬 3.1독립만세운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3.1운동은 일제 강점기 시절 그 혹독한 아픔을 극복하면서 상생과 조화의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전체가 하나가 된 혁명이었습니다. 그 결연한 의지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당시 지역적으로 봇물 터지듯 일어난 3·1독립만세운동을 통하여 오늘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단지 일회성 행사에 의미를 소진하기보다 그 정신이 내포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이를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3·1독립만세 운동 백 주년을 맞이하여 오늘 우리에게 닥쳐진 분열과 대립을 청산하고 대통합, 화합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쾌거는 없을 것입니다. 한편, 협치·협업의 정신을 다짐하면서도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는 독립 선언서의 유훈에 드리워진 도의(道義)의 시대에 대한 서광(曙光)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의의 시대는 생명을 존중하고 공경하며 인류는 하나라는 생명공동체로서 상생 공존의 살림 정신을 실현하는 시대입니다. 모든 생명은 고귀한 존재라는 정신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여전히 끝나지 않는 3·1독립운동, 그 100주년에 맞이할 우리의 책무는 생명 공존을 바탕으로 대통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살게 하는 협업을 추상적, 구호적인 것이 아닌 내 몸과 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정신으로 실천에 옮길 때 대통합의 근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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