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엽
시인 김용엽

저는 종립학교를 나왔지만 아직 절간의 개만큼도 법문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어두운 한밤에 비슬산 유가사에서 크게 울리던 법고 소리, 태양처럼 존엄하나 자비의 눈길로 굽어보는 부처님, 가사를 걸친 승려들이 수없이 엎드려 지존 앞에 경배하는 의식과 사바세계에서 박차 오르는 염불 소리는 마음의 편안함을 주었고 게으른 저의 의식에 등불 같은 존재였습니다. 구랍 13일 터미널의 어떤 뷔페에서 송년회가 있었고 스님께서는 연합회 회장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큰 명절을 앞두고 유명 인사들의 인사가 신문의 여러 면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31일자 남해신문 현안 5면 스님의 글도 중생들을 향한 법문으로, 큰 법고 소리일 줄 알았습니다. 스님의 글월을 자세히 읽어보면 인터뷰 형식이지만 지역의 이슈인 ‘망운산 풍력 발전’ 건립에 대해 유독 찬성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전반적으로 기사의 용어 선택이나 제목을 보면 신문사의 편집 의도가 없었는지 의아합니다. 성속(聖俗)을 넘나드시는 것을 달리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항간에는 풍력발전에 대해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스님의 의견 표출은 건설 예정지 인근 사찰에 계시고 성직자시니 그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지역 사회의 (대단하신) 일부 유력인사들이 (찬성도 반대도 아닌) 비양심적으로 침묵을 하고 있는 가운데 스님은 글에서 기완공 되어 가동 중인 몇몇 풍력발전소를 직접 보시고 소회를 피력하시는 형식이었습니다만 그 풍력발전소의 지주에는 이끼가 파랗게 끼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 중의 자연 파괴 문제나 건설 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미흡합니다. 1,2차 공청회도 끝까지 참관하셨지만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문제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십니다. 1차 공청회 등에서 배포된 풍력 발전 측의 유인물 제목은 1면 “남해풍력발전, 이제는 ‘일자리 창출’로”입니다. 흔히 고용 창출은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용창출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건설기간 동안의 일시적인 일자리로 보입니다. 귀어하신 어떤 분의 지적처럼 영양 맹동산에 있는 88기의 풍력 발전에 계약직 10여명이 근무한다고 하니, 9기 건설 예정의 망운산 풍력 발전에는 단순 산술적으로 그 10분의 1인 1명이 근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청회 당시 동영상에서 대형 기자재 운반이나 설치를 위해 파헤쳐진 산을 보셨을 것입니다. 풍력 발전이 관광 명소를 만들기보다는 관광 기피 장소로 전락할 가능성은 이미 의령 한우산의 예에서 보셨겠지요. 이러한 이유로 망운산의 관광명소화를 위해서는 풍력발전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고, 도리어 저해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풍력발전측의 최소한 임도를 확·보충하여 사용하겠다는 공언도 역으로는 일부 자연훼손을 하겠다는 공언(公言)일 겁니다. 임업의 생산과 병충해 예방 등에 이용하는 임도는 도로로 전용이 불가하고 개인용 도로는 기관에서 산지 전용 허가를 얻어야 합니다. 만약에 이런 절차가 없는 “대마불사”일 경우, 차후 행정의 공신력은 철저히 무너질 것입니다. 더구나 반대측의 주장처럼 정책 지원금으로 건설을 하겠다거나 개인 수익 사업이라면 자생력과 투명성 부족에 대한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반대로 사찰의 진입로가 좋아 지거나 사찰의 확장에는 도움이 되겠지요. 현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친환경 발전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나 지역의 경우 전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주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산에 인공건조물을 설치 한다는 것만도 자연에 대한 상당한 도전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 자연 보호의 중요한 한 방법이라면 자연 보호라는 명분에 도리어 환경 파괴는 아닐지 우려스럽습니다. 스님은 “(망운사 진입)길이 반듯해지길” 바라시거나 “관광명소로 바꾸는 마스트 플랜이 수립되기 바란다”면서 철쭉 군락지도 잘 복원하자고 하셨습니다. 진입로 확장만이 아니라 고속도로가 생긴들 고찰(古刹)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설 도중 산림훼손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 개발을 위한 자연 훼손은 결코 용인되지 않습니다. 또, 진정 관광단지로 개발의 한 방법이 풍력발전 건설은 더욱 아닙니다. “사람답게 살지도 못하면서 오래도록 다른 이의 신세 지기를 쉽게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2019.2.8.경남도민일보 종교인 칼럼 중 일부)라는 스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문제점이 부각되기 전에는 풍력발전을 찬성하던 풍력발전의 선진국인 독일에서도 “풍력발전이 독일의 전 국토를 아스파라거스 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독일인들조차 조롱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명성 스님(전 승가대학장)은 화엄경의 성불론 강의에서 “연기를 자각하면 산천초목이 부처”라 하셨습니다. 삼라만상이 모두 부처인데, 그걸 훼손 하면서 스님과 사찰의 현실 문제가 풍력발전소건설의 합리성을 결코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기회에 성과 속의 구분을 확실히 하시는 것도 훌륭한 업이 되리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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