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작가와 남편 강위성 씨
▶김문주 작가와 남편 강위성 씨
▶자신의 저서에 싸인하는 김문주 작가
▶자신의 저서에 싸인하는 김문주 작가

창선면 냉천마을 바닷가에 자리 잡은 ‘빛고을’이라는 펜션이 있다. 주인은 66년생 설천면 동비마을 출신 강위성 씨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강 씨와 세 살 터울인 아내 김문주 작가다. 말하자면 남해로 시집 온 며느리 작가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기자는 김문주 작가가 지난해 8월 출간한 장편역사소설 「부여의자」를 먼저 손에 넣어 읽었다. 「부여의자」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을 말한다. 백마강과 낙화암이 대명사인 부여는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성이 있었던 곳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의자왕에 대해 방탕한 생활로 백제를 멸망하게 한 왕으로 배웠다. 그래서 의자왕은 우리에게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김문주 작가의 소설 속의 의자왕은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내는 강건한 왕으로 다가왔다.
김문주 작가는 「부여의자」 머리말에서 의자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의자왕은 집권하자마자 신라의 성을 마흔 개 넘게 함락하며 집권 20년 동안 그 어느 왕보다도 백제를 강성하게 이끌었다. 여러 문헌에도 신라가 백제 의자왕 시절에 가장 큰 위기를 겪었고, 그 때문에 당나라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런데 18만 나당연합군에 패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의자왕은 패망한 나라의 타락한 군주로만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중략) 나는 역사에 무참하게 갇힌 부여의자를 풀어주고 가장 아름답고 절박했던 그 시절 백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필자가 「부여의자」를 손에 넣었을 즈음 「랑」이라는 장편역사소설도 조만간 출판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랑」이 기자의 손에 닿은 것은 최근인 지난 1월이다. 
「부여의자」가 백제의 이야기인 반면 「랑」은 신라의 이야기다. 김문주 작가의 두 작품 모두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짤막한 기록으로부터 시작됐다. 「랑」은 “아름다운 두 여자를 뽑아 원화로 삼았다. 준정이 남모를 시기하여 술에 취하게 하여 강물에 던져 죽였다”는 두 줄도 안 되는 이 짤막한 기록을, 「부여의자」는 “김유신이 백제를 치겠다고 하자 진덕여왕이 작은 나라인 신라가 어찌 큰 나라인 백제를 쳐서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만류하는 짤막한 기록을 근거로 각각 원고지 분량으로 치면 1200매가 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랑」은 신라 화랑의 시초가 ‘원화’임을 밝히는 이야기다. 준정과 남모라는 두 원화의 이야기로 법흥왕 시절의 서라벌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책은 「부여의자」가 먼저 출간되었지만 집필순서로 보면 「랑」이 먼저다. 「랑」을 쓰기 위해 사료를 찾고 공부하는 동안 「부여의자」가 보였던 것이다.
기자는 두 소설을 읽고 난 후 김문주 작가의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내내 감탄했다.  

김문주 작가는 
 
김문주 작가는 마산에서 나고 자랐다. 제일여고와 창원대학교 국문학과 출신이다. 남편 강위성 씨는 창원고와 경남대학교 국문학과를 나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연결됐을까? 문학도였던 두 사람은 92년 당시 ‘밑불’ 마산창원지역문학모임에서 만났다. 남편 강위성 씨는 ‘아버지의 바다’라는 시로 마창지역 노동문학제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던 당시 마창지역 노동문학계에선 알아주는 시인이었다. 문학회에서 문우로 알게 된 두 사람은 94년 1월 결혼했다. 남편 강 씨가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결혼 후 곧 큰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경남대학교 앞에 문학카페를 열었지만 참담한 실패를 했다. 이 때문에 96년생인 아들 하운이의 양육을 7년 동안이나 동비마을의 어머니(정정자 여사·80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김문주 작가가 아동문학 작가로 출발했던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시어머니께 자녀양육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젊은 엄마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쓴 단편소설로 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그렇게 등단한 뒤 「학폭위 열리는 날」 「왕따 없는 교실」 등 9편의 장편동화를 출간해 마창지역 문단에서는 동화작가로서 이미 이름을 얻고 있었다. 김문주 작가의 장편동화들은 교과부와 문체부, 교사연합회가 인정하는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4년에 둘째인 딸 은별이를 낳았는데 첫 째 하운이와 둘째 은별이의 나이차가 8년이나 되는 것에도 이들 부부가 겪은 경제적 시련기와 연관돼 있다. 그동안 남편 강 씨는 논술학원으로, 아내 김씨는 전문작가로 일하면서 1억 원이 넘었던 빚도 모두 청산할 수 있었다.
남편 강 씨는 지난 2015년 10월 빛고을펜션을 인수해 귀향했다. 남편 강 씨가 펜션을 운영하게 되면서 창원에 남은 아내 김 씨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장편역사소설을 본격적으로 집필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됐다. 지난 2년 간 집중적으로 집필에 매달린 시간이 「랑」과 「부여의자」라는 결실로 맺어진 것이다.

두 권의 소설은 군내 서점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부부이지만 문학적으로 보면 철저하게 서로의 재능을 아끼고 존중하면서 응원하는 문우의 관계다. 아내 김 씨가 작품을 써 내려가면서 의견을 구하는 대상은 남편 강 씨밖에 없다. 강 씨는 독자의 입장에서 아내의 소설을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소설의 치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내 김 씨는 남편의 이러한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아내 김 씨는 남편 강 씨가 묵혀놓고 있는 멋진 시를 다시 쓸 수 있는 날이 조만간 다가오리라는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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