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면의 나비생태박물관‧바람흔적미술관‧세모점빵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남해양떼목장 양마르뜨언덕은 겨울인데도 푸릇푸릇 노릇로릇 살아있는 듯한 기운과 주인의 밝고 순수한 표정이 멀리까지 투영되어 지나가는 길손들을 불러들인다. 인근에는 독일마을‧원예예술촌‧물건방조어부림‧해오름예술촌 등의 관광지가 포진해 있어 이곳은 무척 축복 받은 장소처럼 보인다. 적극적인 홍보 없이 작년 5월 19일에 가개장을 했지만 주변의 입소문을 통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전국에서 많이들 찾고 있다. 

주인의 손길이 1년 6개월 동안 자분자분 머문 양마르뜨언덕은 삼동면 금암로 179-45에 소재하고 있으며, 제1목장‧제2목장‧제3목장이 각각 천 평으로 조성돼 있다. 주인은 오전11시부터 오후3시까지 제1목장에서 매시마다 양몰이공연을 펼치고 나면 손님들은 원반던지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양몰이를 담당하는 개는 영국(스코틀랜드)에서 건너 온 보더콜리 ‘모스’와 ‘배라’이고 쟁반던지기를 하는 개는 ‘스파키’와 ‘휠다’이다. 제1목장 입구에는 기니피그가 있고 목장 안에는 닭과 토끼들이 양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양들이 매일 목장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38마리의 양들이 축사에서 나오는 날은 현재 주말과 휴일뿐이다. 확실한 마인드를 가진 젊은 주인은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과 시설을 갖춘 후 매일 목장을 개방할 것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보완 중이다. 아직 모든 게 미흡하여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는 그는 앞으로 100%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편의시설 안전시설로 좀 더 쾌적하고 쉴 공간을 충분히 마련하여 찾아온 사람들을 더욱 만족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남해에 오면 꼭 들리고 싶은 관광1번지가 될 수 있도록 다른 동물들도 곁들여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 먹이 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액티비티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형태를 구상중인데 양젖을 이용하여 음료와 가공식품도 생산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면 그때는 적극적인 홍보도 하고 직원도 뽑아 기업화해서 체계적인 운영을 꿈꾸고 있었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테마파크 안에 청년푸드트럭존도 만들어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도 주고 싶어 했다. 

젊은 청년 최승원 대표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2014년 뉴질랜드로 떠났다. 아버지가 축사로 이용하던 방목지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곳 포도농장에서 일을 하고 목장 캠프장 등 생태관광자원활용 등을 두루 살피고 돌아온 후 목장조성과 편의 안전시설을 갖추는데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혼자 하는 일이어서 진행속도는 더뎠지만 서두르지 않고 양과 토끼 기니피그 양몰이 개를 분양받아 손님들을 편안하게 맞이하고 있다. 

그는 남해로 돌아와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2년 정도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떤 날은 4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이곳에서 가개장을 한 첫날 찾아온 손님에게서 받은 입장료 6천 원에 대한 감회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식당에서 번 돈과는 다른 차원으로 다가온 그날의 지폐느낌을 잊을 수 없는 듯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손으로 직접 일군 일터에서 처음으로 올린 소득이 그 무엇보다 의미심장했을 것이다. 목가적인 대관령의 양떼목장 크기만큼은 아니지만 신이 점지해 준 듯한 이곳의 풍경은 아늑하고 편안하다. 배산임수의 지형에 자리 잡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곳만의 느낌과 색깔로 그런 기분이 든다.

작년 개장 4일째이던 날에는 SBS동물농장에서 촬영을 왔었다. 그때는 화창한 봄이었기에 고향의 강 하천물이 너무 맑아서 피리 같은 물고기도 볼 수 있었고, 다슬기도 잡을 수 있었다. 지금 1월의 목장초지에는 풀이 없어 먼지는 좀 날리지만 양들과 교감하는 순간은 5월의 봄을 만난 듯한 기분으로 돌아간다. 건초를 받아먹으며 되새김질을 하는 양들은 기분이 좋을 때는 사람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더욱 친화력을 보여준다.

최 대표는 사람들이 양을 만나 반갑게 웃거나 힐링을 하고 치유를 하고 기쁜 모습으로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갈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 오는 4월에 정식 개장을 생각하는 그는“단순히 양만 보고 풀만 먹이고 가는 관광코스가 아니라 주변경관과 조경에도 더욱 신경을 써서 보는 재미를 한층 더 느끼게 하고 싶다”고 했다. 목장 주변에는 양이 먹지 않는 철쭉도 심을 것이고, 지금 심어져 있는 느티나무와 모과나무 이외에도 유실수를 심어 목장 주변을 시간 날 때마다 가꿀 생각이다. 아직 30대 초반인 그가 오직 혼자의 힘으로 이렇게 훌륭한 목장의 주인이 된 것은 정말 남해의 자랑이고 보물로 여겨진다.   

양들의 몸에서 기름이 나와 털들은 금세 이물질들이 흡착돼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동화 속에 나왔던 하얀 양만큼이나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인다. 건초바구니를 낮게 들고 가던 아이에게 양들이 갑자기 몰려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맛있게 먹어”라는 말을 건네며 가까이에서 양과 교감한다. 양들을 보살피는 주인은 갓 태어난 새끼를 엄마처럼 돌보며 매일 빈 백지를 새로운 색깔로 채워간다. (남해양떼목장 양마르뜨언덕은 삼동면 봉화리 1311번지에 소재하고 있으며, H‧P : 010-8577-2244이다. 이번 명절에는 2월2일부터 2월4일까지 목장을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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