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분리·시군지부폐지·지역본부장 직선 요구


(사)한국농업경영인남해군연합회(회장 황종병)와 남해농민회준비위원회(위원장 고원섭)가 지난 8일 오전 11시 농협중앙회남해군지부 앞에서 군내 각 조합장들을 초청한 가운데 ‘농민조합원이 주인 되는 농협 개혁 선포식’을 열었다.
군내 농민단체의 농협 개혁 선포식은 이날 전국적으로 동시에 여는 농협 개혁 선포식과 함께 한 것이다. 농민들은 ‘협동조합 개혁 결의문’을 통해 “어려운 농업·농촌의 상황을 농민들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농업협동조합이 조합원을 위한 대중적·민주적 경제조직체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철저히 망각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신용사업과 수익사업에만 열중하고 회원조합은 주먹구구식의 사업 운영과 각종 비리로 인해 발생한 만성적인 부실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라면서 “오늘 경남 20개 시·군 동시다발 협동조합 개혁 선포식을 계기로 이윤만 추구하는 농협중앙회와 온갖 비리로 얼룩진 회원조합을 농민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모든 힘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농민단체들은 이 같은 결의문과 함께 ‘농민조합원이 주인되는 협동조합 개혁을 위한 20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20대 개혁과제는 11가지 농협중앙회 개혁과제와 9가지 회원조합 개혁과제로 이뤄져 있다.
농협중앙회 개혁과제는 ▲현행 4단계인 농협의 조직체계를 3년 이내에 회원조합과 농민 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체계로 전환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중앙회 이사회의 대표성·전문성 강화 및 사업·운영에 대한 조합원의 감독 기능 활성화 ▲도 지역본부장을 조합원 중에서 선출 ▲중앙회 시군지부를 폐지하고 시군지부의 각종 기능과 시군 공금고를 회원조합에 이관 ▲경제사업의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  특히 주산지 지역조합의 품목조합연합회 가입과 품목별·축종별연합회 자유로운 설립 ▲지도사업 강화를 위해  지도사업 부서 독립. 회원조합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 ▲중앙회의 무분별한 자회사화를 중단하고, 자회사에 대한 엄정한 사업수행 평가 실시 ▲중앙회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제도 개선. 특히 직군별 채용 및 진급제도를 확립 ▲영농자재와 생활물자의 계통구매사업을 개혁 ▲회원조합의 발전을 위해 관련 제도와 규정 개정. 회원조합과 조합원들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수익 환원 확대, 조합 평가항목을 조합원 편익 중심으로 개정하라는 것이다.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20대 개혁과제 중 핵심 쟁점인 중앙회 신경분리안은 중앙회의 자본금과 조직 모두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나누는 것이며, 시군지부폐지안은 시군지부를 단순 지점으로 격하시키고 각 농협장들이 농협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농협운영을 책임지는 방안이며, 지역본부장은 회원조합장 중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안이다.
이날 농민단체들은 선포식에 참석한 하맹규 군지부장과 각 농협조합장들에게 농협개혁을 위한 조합장 서명서와 농협개혁 20대 요구사항에 동의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서명서는 “본인은 협동조합의 개혁을 위한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농협중앙회 시·군 지부의 폐지, 시·도지역본부장을 조합장 중에서 선출하는 농민연대의 협동조합 개혁을 적극 지지하며,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조합장들은 서명서에는 서명을 했지만 20대 요구사항 동의서에는 서명을 거부했다.
조합장들은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한 것에 대해 “농협의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20대 요구사항에는 조합장의 권한을 넘는 사항들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선포식에 참석한 조합장들은 주최측이 자신들을 앞에 앉혀놓고 뒤에서 농민들이 대열을 지어 행사를 진행한 방식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농협중앙회 대의원조합장인 윤백선 설천농협장은 농민단체를 향해 “우리 조합장은 조합원이 뽑아준 조합원의 대표이며 농협개혁에 동의하면서 앞장서려고 한다. 그런데도 마치 우리조합장이 개혁의 대상인 듯 이렇게 앞을 보게 앉혀놓고 인민재판을 하는 식으로 진행한 것은 잘 못된 방식이다”고 조합장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김 광 석 기자 kgs@digital-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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