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3일 남해농정포럼이 주최한 ‘지역농업과 공공급식’을 주제로 한 윤병선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이 강연을 듣고 난 필자는 지금 어떻게 하면 윤 교수의 강연내용을 효과적으로 군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열의에 휩싸여 있다. 왜냐하면 남해의 농업이 직면한 갑갑한 현 상황에 대한 해결 방향이 그 강연 안에 다 들어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날 윤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필자는 ‘우리만 모르고 있는’ ‘새로운 농업의 세계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필자는 그의 강연을 우리 군민들 모두가 다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남해농정포럼이 윤병선 교수의 존재를 알고 그의 강연을 유치했다는 것은 남해농정포럼이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통찰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한다. 필자는 이날 강연이 행정이나 농협조직이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남해농정포럼이 앞길을 밝히는 등불을 켰다고 평가하면서 박수를 보낸다. 가능하다면 군수가 다시 그를 초청해서 우리 농민들이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정책의 실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장충남 군수가 윤 교수의 특강을 자청할 필요도 있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물론 이날 강연에는 행정에서 농업기술센터 송재배, 이경희 사무관과 류성식 새남해농협장을 비롯한 농협 일꾼들도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깊이 이날 강연내용을 체득했는지는 알 수 없고, 얼마나 큰 의지로 이를 정책화시키려고 할 것인지는 더더욱 알기 어렵다. 설령 이들 담당자들이 이날 강연을 계기로 큰 의지를 가진다 하더라도 남해농업인 전체가 ‘우리만 모르는 새로운 농업의 세계가 이미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속도는 느릴 것이다. 농업의 전 세계적 변화의 물길에 남해의 농업인이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그 변화의 물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필자는 윤 교수의 강연을 통해 서울시를 필두로 국내 각 거대도시가 푸드플랜을 착착 세워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이미 몇몇 발 빠른 농업중심 지자체의 경우 서울시의 ‘푸드플랜’에 따라 각 기초자치구의 공공급식센터에 농산물 공급자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만 ‘푸드플랜’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었고,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 절이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푸드플랜’은 FTA가 무너뜨려버린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새롭게 회복하자는 ‘운동’이다. 도시의 소비자가 농촌의 생산자와 먹거리 선순환 관계를 새롭게 맺자는 ‘정책’이다. 농약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믿을 수 있는 농민생산자조직으로부터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받음으로써 농촌의 생산자조직도 살리는 상생의 경제철학을 실천하자는 ‘변화의 바람’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푸드플랜에 따라 기초지자체인 완주군 로컬푸드센터가 강동구의 공공급식센터에 먹거리를 조달해주는 방법과 같이 원주시=도봉구, 부여군=강북구, 홍성군=노원구, 담양군=성북구, 나주시=금천구, 전주시=서대문구 간 조달체계를 맺고 있다.

이를 보면 ‘중간유통기업에 의해 장악돼 가격 때문에 울고 웃는 농업의 현실을 농민조직 스스로가 타파해낼 수 있는 길을 도시가 푸드플랜으로 열어주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태 무얼 쳐다보고 있었던가?’라는 질문이 가슴을 때리는 것이다. 윤병선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중소농조직화를 통한 기획생산의 확대’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거버넌스(행정+의회+농협+품목별 중소농 농업인의 조직화+시민사회)의 형성’이라고 제시했다. 우리도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울산, 창원시를 공략할 수 있는 길을 뚫을 수 있는 논의를 즉각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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