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이 올해 공공형(친환경) 학교급식지원센터를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남해의 농업과 지역발전을 위한 자발적 농업정책연구모임인 남해농정포럼(공동대표 박삼준, 김 성)이 서울시 먹거리시민위원회 기획조정위원장인 윤병선 교수를 초청해 ‘남해지역농업 발전과 공공급식’ 강연을 주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3일 남해 마늘나라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강연회에는 농정포럼 관계자와 농협, 농정당국 관계자와 농민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뤘다.

이날 강연 전 남해농정포럼 박삼준 공동대표는 “농업, 농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우리 농정포럼이 농민수당문제 등 주요 과제들을 제기하고 있다”며 “오늘 강연하는 공공급식 문제도 농민ㆍ농업과 소비자,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오늘 강연이 이런 고민들을 함께 할 수 있고 알맞은 결실을 맺는 훌륭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한 윤병선 박사는 현재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울시 먹거리시민위원회 기획조정위원장, 농림축산식품부 먹거리선순환 TF 자문위원 등 농업ㆍ농촌과 도시의 정책수립 과정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고 있다.

윤병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ㆍ농민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농외소득 비율이 많이 늘고 있고 현재까지 정부에서도 농외소득 추구를 장려하는 기조인데 농업문제를 방치, 도외시하는 처사”라며 “남해를 보면 시금치 값이 급락했는데도 정부와 공공기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한심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윤 교수는 “남해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지역 상위라고 하는데 왜 인구가 줄어드나? 농업ㆍ농민이 대다수인 남해군 등 지역사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구조로 변하기 때문”이라면서 “남해군 등 지역사회를 사람이 생존하고 잘 살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농민수당 요구도 이런 본질적인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윤 교수는 “소수 농업인의 대농화를 지향하는 농업ㆍ농촌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다수의 중소농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이라 “농업ㆍ농촌의 피폐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공급받는 소비자와 도시민들의 식생활과 먹거리의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전국의 먹거리 미보장률이 전국 중ㆍ대도시를 포함해 평균 10% 정도로 심각하다”고 농업과 도시민과의 연계지점을 언급했다.

윤 교수는 “농업 농산물을 경쟁 시장의 ‘상품’으로 보지 말고 ‘공공재’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장은 효율적인 측면이 있지만 공정한 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공정성 확보와 농어민 삶의 개선, 도시민의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새롭게 구축하자는 것이 공공급식의 확대로 대표되는 푸드플랜이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병선 교수는 서울시 먹거리시민위원회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공공급식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지역 중소농의 조직화’를 강조했다. 학교급식 등 먹거리를 매개로 지역농민들의 생산ㆍ공급망을 조직ㆍ확충하고 우선 지역 내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소비 체계를 수립한 후 도시 소비자와의 연계망 확장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윤 교수는 중소농 생산자 조직이 먹거리를 매개로 농업생산 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된 지역의 다양한 문제와 현안을 논의ㆍ변화시키는 마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농어민과 농협, 지역의 농정당국, 도시소비자 등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도 놓치지 않고 언급했다. 공공급식 등 푸드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로컬푸드’의 실질적인 달성과 본래적인 목적을 위해 민ㆍ관이 협치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의 중간에 윤병선 교수는 “푸드플랜, 공공급식센터 사업 등은 단순히 공장ㆍ사무실을 짓거나 농산물을 조금 더 파는 게 아니다”며 “물품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중소 농어민들의 삶과 생산여건이 고양되고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외에도 윤 교수는 서울시 먹거리위원회 활동을 소재로 한국의 로컬푸드 운동, 푸드플랜으로의 심화, 공공급식의 의미와 가치 등에 대해서도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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