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박철 /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새해가 되면 해가 뜰 전국의 유명 산야는 그야말로 초만원을 이룹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해를 새롭게 설계하거나 가족과 지인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사실 새로워진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새로움을 여는 여력에서 보면 꼭 산야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내밀한 장소이면 어떻습니까? 주변을 청결히 하고 마음과 몸에 저장된 습관적 인습을 떨쳐버릴 용단이 있다면, 어느 곳인들 상관없을 것입니다. 한 번쯤 촛불이나 빈 그릇을 응시하며 마음을 비우고 새로움을 담아보는 것입니다. 아니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읊으면서 용서와 화해의 내공을 길러보는 것도 빛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결국 새로워진다는 것은 관념 속 장소가 문제가 아니고 떠오르는 해 못지않을 마음에 솟아오를 빛을 만나보는 일입니다. 내유와 외유를 비추는 무한하고 창조적이며 신비스러운 빛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는 것입니다. 마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투사되는 빛이 감정과 생각으로 빗어진 부정, 원망, 분노, 집착, 편견의 어두움을 뚫고 광명을 생산하듯이 말입니다. 빛의 중추 입자가 백회혈을 통하여 전신을 비출 때 온몸에 각인된 기억인자는 새롭게 문을 열 것입니다. 거기에는 어떤 사념 思念이라도 틈을 주지 않을 끝없는 믿음과 신뢰가 내재하고 있습니다. 사념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자유스러움, 이것이야말로 정녕 우리가 만나 보아야 할 마음의 빛이 아니겠습니까? 

생명 입자나 파동으로서 빛은 새롭게 시각을 열고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영적 성장으로 내면의 영혼을 밝혀줍니다. 감광 感光이 한층 자유로워진 동공이 갑자기 확대된 자연스러운 빛 에너지에 적응하려 애쓰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해진 일상이라면 고무된 일일 것입니다. 가로등이나 스마트 폰의 발광체에 시력은 격감하고 수십 년 동안 눈에 피로감만 쌓이게 해 준 인공조명 대신, 자연 그대로의 햇볕으로 눈동자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새로움 속으로 경이로움이 스며들 듯, 오전 내내 내리쬐는 햇볕이 창호지 문을 투명하게 비칠 때 드리워진 따뜻함이 한없이 그립기만 합니다. 

존재의 의미가 한층 살아날 이때가 되면 빛은 블랙에 숨겨진 본성의 빛으로 화해해 나가기 위하여 더욱 맹렬히 타들어 갈 것입니다. 이제 눈을 돌려 자연의 색광 色光으로 인상된 빛을 바라봅니다. 한낮, 단 몇 시간을 비추기 위해 몇 수십 년 과거로부터 날아왔을 빛 입자, 어느 대상에게든 똑같이 빛을 전해주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내밀한 정성이 참으로 고결하기만 합니다. 빛은 가식 없는 자연의 빛으로, 마음은 가식 없는 영혼의 빛으로 돌고 돌아 빛과 영혼 그 양면이 마음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해가 완전히 지는 어느 순간, 낮 햇살에 활짝 열렸던 동공이 어둠을 맞이할 때면 가라앉은 내심의 빛은 어느덧 침묵 속의 고요로 깊고 길게 드리울 것입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명상을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늘은 가더라도 늘 현존이 지속되듯 맞이하는 순간마다 더욱더 새로움으로 피어날 마음의 빛을 기약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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