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밤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된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불미스런 행위는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를 뒤흔드는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 보도 후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경북 예천군이 1위에 올랐으며 해당 기사에는 끝없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지방자치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있어서는 안 될 청원이 수없이 올라와 있다. 예천군민들은 망신스러워 못살겠다는 자괴감을 스스럼없이 나타내고 있고 어떤 단체는 예산군의회를 해산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고 한다.

의회가 자기지역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을 왜 자꾸 일어나게 하는가?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무엇인가? 본지가 이 일을 굳이 오늘 칼럼의 주제로 삼은 이유는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닥쳐올 수도 있으니 이 기회에 우리도 스스로를 한 번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나아가 이번 일이 지방자치제도의 본령을 부인하거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다.

예천군의회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7박10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의 동부지역과 캐나다의 도시재생 선진사례를 살펴보기 위한 해외연수에 나섰다고 한다. 9명의 군의원(자유한국당 소속 7명, 무소속 2명) 전원과 의회사무직 5명을 포함해 14명이 참여한 이 연수에 쓰인 경비는 6188만원이라고 한다. 1인당 442만원이나 된다. 일정의 상당수는 나이아가라폭포 견학 등을 관광일정으로 채워졌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건 나흘째인 2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였다. MBC 뉴스데스크가 공개한 그날의 버스 안 CCTV 녹화영상을 보면 부의장이라고 확인된 박아무개 의원이 갑자기 일어나 앞쪽 좌석에서 다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현지가이드를 폭행한다. 다른 의원들은 한참 동안 앉아서 이를 지켜보기만 한다. 결국 미국인 버스기사가 나서 말리면서 현지경찰에 신고를 한다. 얼굴을 강타당한 가이드는 끼고 있던 안경이 깨지면서 파편에 상처를 입었다. 가이드는 달려온 구급차에서 응급처치까지 받았지만 일정이 망가지는 것을 염려해 현지 경찰에게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서 무마했다고 한다.    

이 영상을 이날 독점 공개한 MBC는 사후에 주먹질을 한 그가 거짓해명을 하는 장면과 함께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의원들 모두가 가이드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으며 의원들이 가지고 있던 돈 500만 원 가량을 거둬 피해를 당한 가이드와 합의를 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제를 일으킨 예천군의회 해당 소속의원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 일이 이슈가 되자 피해당사자는 국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의원 중에 한 명이 성매매업소를 소개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사실과 의원들이 호텔에서 문을 열어놓고 술을 마시고 복도를 오가면서 큰 소리로 떠드는 통에 다른 나라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여기까지가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에서 보여준 모습의 일면이다.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이 같은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한국인이 노는 방식 그대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교훈꺼리가 된다. 남해군의회 또한 오는 3월 유럽지역 해외연수를 다녀올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예천군의회의 사태가 전국 지방의회들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제발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망신시키는 일만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나중에 각 의원들의 연수보고서를 점검해보면 얼마나 성실하게 연수에 임했는지 알게 될 일이다. 지방자치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민주주의 그 자체이자 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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