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에 맡겨진 아이
할머니 집에 맡겨진 아이
  • 남해신문
  • 승인 2019.01.0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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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자 심리학박사

부모의 이혼으로 원하지 않았지만 자기 결정권 없이 내동댕이치듯이 할머니 손에 맡겨진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의 사례이다. 

할머니는 손녀가 커갈수록 말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화내는 행동과 거짓말이 잦은 것 등 학교에 등교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고 자고 있다며 속이 상한다며 상담을 의뢰하였다. 

큰아들과 며느리가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사전에 한마디 의논도 없이 아이들을 떠맡기고 가버려서 어쩔 수없이 데리고 살고는 있는데 손녀들이 말이라도 고분고분하게 잘 들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 하였다. 아침마다 학교에 갈 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고 늦잠을 자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깨우면 화를 낸다고 하였다. 겨우 학교에 가는 날에는 지각을 하는 일이 많다. 학교에 가서도 수업을 한다기보다 책상에 엎드려서 잠자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학교수업이 끝난 시간에도 집으로 바로 들어오는 날이 없으며 밤중이 되어서야 몰래 집으로 들어와서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볼 수 있다며 억지로 떠맡게 된 손녀들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하였다.

의뢰된 아이의 상담을 위해서 여러 차례 연락해 보았으나 다른 곳 에서 놀고 있어서 만날 수 없다고 하였다. 집 앞에서 기다리다 밤 9시경이 되어서야 들어오는 아이를 만날 수가 있었다. 내담자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악수를 청하자 주춤거리며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행동이었고 어정쩡하게 손끝만 겨우 내밀었다. 늦은 시간이라 필자의 차안에서 상담을 실시하게 되었다. 밥은 먹었는지를 알아보니 먹지 않았다고 고개를 가로저어서 준비해간 빵과 음료를 제공하였다. 허기를 달랜 아이에게 라포 형성의 일환으로 내담자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작은 목소리로 OO이라고 하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내담자가 자신이 느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말해보게 하였을 때도 묵묵히 앉아있기만 하였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때 물끄러미 아래로만 보고 있던 아이는 연필로 “나는 버려 졌어” “나는 해도 안된다” “에라 모르겠다” 라고 백지에 적어놓았다. 이어서 행복한 시간을 적어보게 하였을 때는 “잠잘 때”라고 적어놓아서 이유를 물어보니 “잊게 된 다” 를 글로 남겼다.

내담자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이유를 물었더니 작은 목소리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요! ”라고 잘라서 말하는 것이었다. 내담자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할머니의 캐묻기 식의 소통방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반응이 역력하였고, 무기력한 상태에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내담자는 과거에 엄마, 아빠와 함께 오붓하게 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상담하는 것이 싫지는 않은 것으로 대답하였다.

할머니와의 면담시간에 제발 아들, 며느리가 아이(손녀)들을 하루속히 데리고 갔으면 좋겠는데 사는 곳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서 연락처도 모른다고 한숨을 쉬시면서 답답해하셨다. 

아이가 과장/확대 축소형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어떤 상태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처음부터 악의적으로 행동을 했다기보다 대게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는 인정하는 말과 칭찬을 해준다면 문제행동이 감소 될 것이다. ‘오늘 시간을 잘 맞춰 일어났구나!’ 머플러를 두르면 훨씬 따뜻하고 멋있을 것 같아!’ 손이 정말 예쁜데? 라는 식으로 조언이나 사실을 인정하는 평가를 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이때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원칙이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가장 정직한 본보기가 되어 마음을 헤아려준다는 자세가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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