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자 심리학박사

상담을 받는 많은 청소년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을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지고 먹먹함이 올라온다. 
내담자와의 상담을 몇 차례 실시하는 동안 주제유지가 적절하지 않고 횡설수설 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단어들을 기계적으로 옹알이하듯 쏟아내었다. 그는 가깝게 지내는 친구도 없었고 방황하듯 혼자서 들길을 다니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말을 할 때에는 단어의 이해 능력이 잘 발달되지 않아 표현 언어 부분이 미숙하고 사회성 문제를 동반하고 있음이 평가되었다. 
5회기상담이 약속된 날에 갑자기 엄마하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검사하러 간다고 하였다. 
다음날 내담자로부터 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며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야기의 요지는 이렇다.

내담자가 서울의 병원에 검사 하러 갔을 때 어렸을 때 일어났던(초기 기억) 어려운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잘 생각해서 길게 써야 된다고 했단다. “어릴 적에 엄마한테 방안에 갇혀서 많이 맞은 것이 자주 있었다고 썼어요”. “기차타고 집에 와서 엄마가 내 머리채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서 마구 때리고 너랑 같이 죽자고 하면서 창피해서 못살겠다고 울면서 난리를 피네요”. “엄마가 아파트베란다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란을 피워서 무섭고, 아빠에게는 전화연락이 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엄마 몰래 집을 빠져나왔는데 지금 어떤 좁은 골목에 숨어있어요”. 라고 다급하게 말하는 내담자의 목소리가 겁에 질려있는 듯이 들려왔다. 

oo아 지금 바로 선생님이 달려 갈 테니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숨을 크게 쉬고 잠깐만 기다려줘! 내담자는 다시 “안 되겠어요. 엄마가 알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무슨 쓸데없는 말을 했는지를 캐물어 혼이 날것이 두렵고 말한 것을 알면 맞아죽어요!”. 전화를 끊어버렸다. 

밤늦게 11시쯤 지나서 다시 전화가 울렸다. 
상담선생님 나 힘들어서 그냥 죽어버릴래요!. oo아파트옥상에 올라와 있는데 지금 막 뛰어내리려고 하다가 상담선생님이 죽기 전에 3군데 이상 아는 곳에 전화를 하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어요 라고 말했다. 그래! 너가 걱정 되는구나.조금만 기다리면 선생님이 지금 바로 달려 갈 테니까 옥상에서 내려와서 아파트 1층에서 기다려주겠니? 라고 말하면서 약속을 지켜달라는 말과 함께 차를 몰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 아이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아파트 1층에서 상담자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섭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울면서 토해내듯 말하였다.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그래 선생님이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겠어! 이해한다. 이제는 괜찮아! 라고 말해주면서 등을 쓸어주었다. 할머니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해서 데려가게 되었다. 

아이의 치유적 변화를 위해서 가족의 협조를 얻기 위해 가족면담을 제안하여 할머니와 아빠, 엄마 셋이서 상담실로 오셨다. 엄마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투부터 아이에게 화가나 있었고 발달장애(병원 진단서)가 있는 아이를 데리고 검사받으러 서울 병원까지 갔다 오는 등의 노력을 했다면서 엄마가 더 위로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였다. 다음날 할머니를 찾아가서 아이의 친모가 누구인지를 사실대로 알려달라고 넌지시 물었다. 할머니는 당황하신 듯 아이는 친엄마가 따로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일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이가 6개월 때 쯤 아빠가 지금의 엄마와 바람을 피우는 일로 인하여 오랫동안 싸우다가 젓 먹이 어린 것을 두고 생모는 집을 나갔다고 하였다. 유아기에 중요한 대상관계인 엄마가 사라져버림은 분리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과 영역인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려서 정서발달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새엄마로 바뀌었다 하드라도 아이가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끔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아이의 이상발달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치유적 변화를 위해서 조기에 이 분야 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하여 정서안정 및 인지훈련 등으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원조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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