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나라의 왕이 모든 현자들을 모아 놓고 “백성들이 살아가면서 익혀 두어야 할 귀감이 될 만한 글을 써서 올리라” 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자들은 세상의 지혜를 모은 12권의 책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으나 왕은 "백성들이 읽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책의 분량을 줄여주시오.” 라고 하여 6권으로 줄이고, 또 줄여 단 한권의 책으로 줄였으나, 여전히 책이 두껍다 하여 한 권의 책을 한 장으로 줄이고 또 줄여 한 문장을 만들어 바쳤다. 이를 본 왕은 매우 만족해하며  “바로 이것이요. 이거야 말로 여러 시대 지혜의 결정체요. 이 문구대로 백성들이 실천한다면 문제는 다 해결될 것이오.”라고 매우 흡족해 했다.
총 12권의 책에서 뽑아낸 단 한 문장은 무엇이기에 임금이 만족한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고 한다.

지난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고, 내년 3월 13일에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가장 최근에 치러졌던 6.13 지방선거나 최근의 공직선거들은 많이 깨끗해 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제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조합장선거에서도 같은 기대를 해도 좋을까? 원래 조합장선거는 ‘돈 봉투 선거’로 유명했다. 조합원들에게 5만원짜리 봉투를 돌렸는데 상대 후보가 10만원짜리 봉투를 돌리는 바람에 낙선했다며 억울해 하는 후보자도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예전 조합장선거는 불법 타락선거의 온상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남해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돈 선거’ 없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돈 선거’를 제보하는 사람에게 최고 3억원의 신고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리고 금전, 물품  등을 제공 받았을 경우 제공받은 금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지만 받은 사람이 자수를 할 경우 과태료 면제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포상금까지도 지급한다. 

그런데 ‘돈 선거’ 예방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합장선거는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지연이나 혈연 등으로 오랫동안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어 온 지역 조합원들이 투표를 하므로 불법행위가 노출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받은 사람이나 목격자가 제보하지 않으면 밝혀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조합원들이나 지역주민들의 감시와 적극적인 신고(국번없이 ☎ 1390)가 필요한 이유이다

돈 봉투를 뿌려가며 당선된 조합장이 청렴하게 조합을 잘 이끌어 가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돈으로 당선되면 재임기간 동안 그 돈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내가 속한 조합은 부실 조합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몇 푼의 부정한 돈과 맞바꾸지 말고 우리 조합을 튼튼하게 발전시킬 유능한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몰래 받은 돈 봉투가 지금 당장은 달콤하지만 머지않아 엄청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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