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맥주사랑에 빠져 서울에 있는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맥주 조제기술을 배웠다. 와인‧전통주‧맥주를 좋아하지만 특히 수제맥주를 좋아한 그녀는 부산에서 맥주공방을 운영하면서 맥주제조법을 전수해왔다.

마트에서 파는 맥주와는 차원이 다른 수제맥주 맛에 길들여진 친구와 더 좋은 맥주를 탐색하던 중 지난해 8월 남해여성인력센터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다. 부산에 살면서 여기까지 강의를 온다는 것은 수지타산에는 완전 빗금이 그어지는 일이었지만 8월과 9월 2개월 동안 놀러온다는 기분으로 4~5시간의 거리를 즐겁게 오갔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수강생들을 만나면서 남해를 많이 알게 되었고 남해 곳곳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는 편인 그녀는 전국에 있는 양조장 시찰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 공방을 꾸려나가는 것이 최선일지를 고민하며 벤치마킹도 해왔다. 사실 이것을 하기 전에는 직장생활도 잘했고 카페도 잘 운영하여 물질적으로는 풍요를 누렸지만 시간에 쫓기면서 휴식이라는 단어를 몹시 그리워했다. 많은 손님을 대하면서 정신적 붕괴가 온 그녀는 갑자기 사람 많은 곳이 싫어지고 사람이 질리기까지 했다. 시골의 돌담길과 낙엽이 깔린 오솔길 바다에 유유히 떠 있는 조각배가 그리워지던 날 제주도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정신적 안정과 쉼을 취했다. 그때의 기억을 속주머니에 넣고 잊지 못했는데 이곳 남해에서도 그런 느낌이 확 안겨 안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눈만 뜨면 맥주라는 화두를 붙잡고 그것에 관한 책도 수없이 뒤적거린 그녀는 맥주에 관한 이야기도 꽤 알고 있었다. 맥주는 아주 오래전부터 애용되던 음료였고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지을 때 돈 대신 주었다는 설, 독일의 어느 교회에서는 직접 그것을 만들어 먹었다는 일 등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그녀에게 맥주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특히 시큼하게 만든 매니아틱한 맥주를 좋아하고 즐겨 마셨는데 이번에 남해에서 생산되는 유자와 흑마늘로 새 맛을 풍미한 맥주를 시원스럽게 탄생시켰다. 지난 독일마을 스몰비어파티 때는 이것을 원료로 조제한 맥주를 판매했는데 좋은 반응으로 전량 소비되었다. 삼천포와 진주에서 온 외국인 두 명은 그녀의 맥주를 10잔씩 들이킨 후 엄지를 치켜세웠고 남해에 수제맥주연구소가 차려지면 맥주 만드는 것을 꼭 배우러 오겠다고 약속까지 한 사람도 있었고, 외국인 할아버지 두 분을 포함한 외국인 40명은 그녀의 부스를 찾아와 맥주를 마시고 기분 좋게 돌아갔다. 
미각이 발달한 그녀는 이 업과 아주 잘 맞는다. 맛을 수치로 계산하지 않고 감각만으로도 환상적으로 빚어낸다.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바로 앞에 그것이 놓여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도 했다. 남해 유자로 만든 맥주는 남해유자에일 남해흑마늘로 만든 맥주는 남해흑마늘에일이라는 상품명을 사용했는데 앞으로도 그 이름을 계속 사용할 것이고 유자잎으로 만든 맥주는 상품명을 어떻게 할지 고려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하루를 집요하게 몰입하는 성향이지만 그 옛날처럼 종종걸음 치며 바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1년 중 6개월은 일하고 6개월은 편하게 여유를 즐기는 생활을 꿈꾸는 그녀는 목가적인 상주은모래비치가 좋고 바로 앞에 있는 상주중학교가 좋아 한 번씩 찾기도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인으로 자랐지만 시골의 정서를 제대로 느낄 줄 아는 그녀였다.   

지난 2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수업을 할 때마다 도구들이 미비해서 고생을 했다. 생수가 없어 물을 받아야 했고 얼음냉각기가 없어 얼음이 모자라는 일도 있었다. 맥주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수강생들이 모두 재미있어 하면서 맥주 맛이 좋다고 하여 힘이 났던 적도 있었는데 이것 또한 시골의 정겨운 맛임을 안다. 마지막 수업은 읍내에 있는 둥지싸롱에서 하게 되었는데 마침 옆에 빈 건물이 있어 “저곳에서 수제맥주연구소를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돌아왔다. 지난 5월에 청년상인창업점포에 공모를 하여 통과가 되었고 내년 2월경에 이곳에서 수제맥주를 생산하게 된다. 그녀는 홈브루잉과 대형양조장의 중간단계인 구조로 가칭)남해수제맥주연구소를 개설하여 낮에는 맥주를 제조하고 밤에는 수업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군에서 지원을 하는 일이라 2월에 확실히 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맥주를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다며 레시피도 보지 않고 술술 왼다. “먼저 메가(보리에 틔운 싹을 뗀 것)를 볶아서 65~75%곡물담화(당분을 뺀다)홉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인 후 20~25도로 식힌다. 다음 효모를 넣어서 1차 발효(당분을 효모가 먹어서 알콜 생성)2차는 뇌압패드에 1차 발효된 맥주를 넣고 설탕을 넣는다. 이때 탄산가스가 만들어지면서 1주일 후 가스가 들어간 맥주가 탄생된다. 보통 2시간 30분 정도면 완성이 되는데 1주일 만에 1차 발효, 2주일 때 2차 발효가 일어난 후 시간에 순응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 맥주를 만드는 도구도 가스렌지 파쇄롤러처럼 간단하여 마음만 있으면 준비한 재료로 맥주제조가 가능하다” 그녀는 그동안 여러 수제맥주를 만났는데 특히 일본에서 먹었던 크래피트비어(수제맥주)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6년 정도 빠른 일본은 많은 양조장이 생겼다 없어지기도 했지만 삿뽀로맥주 교토 앰브에일이 입맛에 맞고 서울수제맥주 맥파이(흑맥주)도 괜찮은 맛이라고 추천을 했다. 
관광객이 남해에 왔을 때 꼭 사 가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이 만든 맥주였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진 그녀는 남해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더 다양한 맥주를 만들 생각으로 지금 한창 연구 중이다. 요즘도 어떤 사람은 저번에 품절된 맥주를 찾곤 하지만 부산공방을 처분한 상태여서 제조는 당분간 접고 창업 준비를 위해 월요일마다 군청 담당자를 만나 소통을 하고 있다. 그녀는 남해에서 수제맥주로 뿌리를 내려 남해인으로 살아갈 예정이다.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는 일은 일단 생각지 않고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어 인정을 받는 일에 매진할 참이다. 벌써 남해의 향기를 가득 품은 이 대표는 수제맥주에도 남해의 상큼한 기운을 건강하게 담기 위해 동그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그날을 손꼽고 있다. (남해읍 화전로38번길7 입점 예정, H‧P:010-2517-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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