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남 군수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제230회 남해군의회 제2차 정례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고 정례회 첫날인 지난 26일 의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이 시정연설문은 앞으로의 남해군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또한 어떤 분야에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담고 있다. 이 시정연설문을 수차례 정독했다. 
장충남 군수는 취임한 지 수개월 만에 1712억 원의 국·도비를 확보했으며, 532억 원의 공모사업비를 따냈다. 200억 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 공모사업과 330억 원 규모의 군 단위 LPG배관망 사업, 군 청사를 신축할 공공건축물 리뉴얼4차선도사업 등에 선정됐다. 그 성과로 군정사상 처음으로 총예산규모가 5천억 원대를 넘는 5177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작년 이맘 때 전임군수가 의회에 제출한 당초예산규모와 비교하면 20.6%나 늘어난 규모다. 
장충남 군정이 올린 성과는 군민들의 칭찬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가 오롯이 장충남 군수의 노력만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임 박영일 군수의 노력도 배여 있고, 남해출신 국회의원들의 숨은 노력도 배여 있고, 집권여당 소속의 군수라는 앞배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장충남 군수의 시정연설을 듣고 나서 본지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그건 바로 혁신의 기운에 관한 것이다. 본지는 시정연설 어디에서도 이전과 다른 장충남 군수만의 색깔과 힘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지난 5개월 동안의 장충남 군정을 경험하면서 본지가 느꼈던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고, 본지의 시각이 어느 한 곳에만 편중됐을 수도 있다. 사정이 그러할지라도 본지는 장충남 군정에게서 ‘혁신의 기운’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충남 군정의 지난 5개월을 돌아보자. 언론브리핑을 통해 군정 현안에 대해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것 말고는 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명확하지가 않았다. 특히 취임한 지 23일 만에 내어준 망운산 풍력발전 조건부 개발행위인허가가 그랬다. 군민토론회는 실상 명확하게 처리되지 않았던 그 행정행위를 뒷수습하는 절차에 다름 아니었고, 군민토론회를 거치고 나서도 여전히 방향타를 가늠키 어렵다. 누구에게 휘둘렸던 것인가?
통합과 혁신은 엄연히 그 결이 다르다. 혁신을 요구하며 정권을 교체해낸 군민들의 ‘바람’은 ‘군민대통합’이라는 구호로 갈아치워졌고, 군민소통위원회 구성에서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혁신은 지워버렸다. 플랜B를 생각지 않고 취소해버렸던 독일마을 맥주축제에서도, 이순신순국제전과 겹치게 짠 생활체육대회 일정에서도, 산하단체에 신진이 아니라 퇴직공무원들을 중용하는 것에서도, 정책개발보다는 행사장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장충남 군수만의 색깔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본지의 일갈(一喝)이 너무 가혹한가? 
본지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혁신’은 공직사회 전체가 ‘무언가 해보자’는 결의로 ‘떨쳐 일어나는 모습’이다. 남해군에도 그런 때가 있었다. 공무원 전체가 지방자치1번지라는 명예를 들쳐 메고 ‘원 팀’으로 뛰었던 때가 있었다. 
본지는 그때처럼 장충남 군수가 공직사회에 ‘무언가 해보자’는 거센 혁신의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킬 줄 알았다. 땅에 떨어진 공무원들의 사기를 되살리고, 군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피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 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때를 놓치면 다잡을 기회조차 다시 잡기 힘들 것이다. 다행히 아직 늦지는 않았다. 죽비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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