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가을 여행,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렙니다. 특히 온 산야가 오색찬란한 가을 단풍에 젖어 들 것을 생각하면 그 황홀함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꼭 가을이 아니어도 사계절마다 펼쳐지는 감동적인 풍경을 접할 때면 온몸이 희열에 젖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마음이 저절로 이완되거나 편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여행의 묘미란 풍경과 역사와 인물이 교차하는 현장을 체험해봄으로써 안목을 넓히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여흥보다는 모색과 탐구를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임은 물론 한층 더 높은 의식으로 내면을 가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요즈음은 역사의 현장이나 지역 명소 탐방 그리고 귀감 되는 인물을 찾아 나서는 탐구 여행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행에 목적지 또한 지구촌 전역으로 시야를 넓힘으로써 지적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의 향방이 반드시 바깥 세계가 되어야 한다는 논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한층 더 객관화하면 밖의 세계는 나와 경계 대어진 대상이 아니라 나와 일체가 하나인 세상입니다. 내가 만들어 낸 세상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세상이 있음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나는 완벽한 실체이며 나를 본다는 것은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입니다. 내면의 실체를 만날 여정이라면 탐구의 영역도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밖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내면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매일 보는 바깥 풍경일지라도 어제와는 또 다른 형, 색을 감지하는 내면세계입니다. 
내면을 여행하는 차원에서 육신을 이루게 하는 장기의 움직임을 먼저 만나보면 어떨까요. 매순간마다 일정하게 엮어지는 반복 동작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개되는 현상을 보노라면 그 역동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웅장한 폭포수와 수려한 절경의 산수일지라도 이처럼 경이로울까요, 심장의 박동, 맥박의 운동과 혈액의 순환, 위의 왕성한 활동, 두뇌의 신경작용, 세포의 헌신적 삶, 근막의 역동성, 눈·코·입·귀·혀의 감각작용 등이 번득이는 내면을 탐구한다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마음속에서 마음의 실체를 만나는 일, 뜬구름 같은 허상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내면에 거울처럼 빛나는 실체를 만나는 일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매 순간 나를 생명력 있는 존재로 드러나게 하는 이들의 헌신이 있기에 내가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이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도 그 가치와 의미를 두는 데는 소홀하기만 합니다. 
자기 자신 속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내면의 실체를 만나기 위한 행보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각의 상태로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각과 깨어있음은 비고 고요한 마음으로, 어떤 경계나 해석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의식의 탁월함입니다. 어느 여행이라도 실체를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요즈음처럼 지식이 많아진 바깥세상, 인터넷 검색만 하면 어떤 일이라도 가능한 세상에 나의 실체를 만나는, 내가 나를 알아가는 내면 여행을 선택할 지혜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내가 나에게로 향하는 행보야말로 여행의 최고 품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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