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 명상디자인학교 교장

CCTV, 우리와 아주 친숙한 기기입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서 감시 기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도로변의 불법 주정차, 속도위반, 은행이나 관공서의 도난 방지, 쓰레기 무단 투기까지 그야말로 일상의 전 영역에서 감시의 망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CCTV의 영향으로 생활 전반에서 질서가 잡혀가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감시 카메라가 오히려 양심적인 행위에 역행하는 경우를 낳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이를테면 감시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규범이나 질서를 지킨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점을 참고해보면서 향후 우리의 삶이 기계에 예속될 것인가? 아니면 잠재된 순수 마음을 일으키는데 일조할 것인가를 가름하며 생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CCTV의 감시 하에 드러날 행동거지를 엄밀히 살펴보면 마음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이른바 내재된 욕구의 표출이라고나 할까요. 원칙과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행할 때 그것이 온전히 나의 의사가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욕구불만의 일환에서 나온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행위 하나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나 충동적 경험이 내재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돌출된 행동의 이면에는 그 행동을 부채질하는 어떤 동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참조해보면 첨단 기기에 의존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심리적인 안배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기기산업은 인간의 능력을 대신할 정도로 상용화가 되리라 전망합니다. 더군다나 CCTV를 비롯하여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제4, 5차 산업혁명의 전초 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 대결은 단순히 인공두뇌와 사람의 두뇌와 겨룸이라고 평가하기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기의 진화는 인지 영역은 물론 감정이입이나 정서적인 면까지 응용할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두뇌 신경조직까지도 기기가 장악해버린다면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기에 통제당할 것인가? 아니면 기기를 통제하며 살아갈 것인가는 인류 흥망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CCTV와 같은 기기가 인간의 마음을 잠식하기 전에 고매한 인격이나 순수 마음을 갖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곧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자기 성찰 능력과 친화 능력을 향상하는 것입니다. 
자기 성찰 능력은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면서 살피는 과정입니다. 탐구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안에는 온전히 자신을 움직이는 실체가 있습니다. 이를 일러 본성이라 하고 본심이라고도 합니다. 
이른바 순수의식이 집결된 본심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일생 최대의 기쁨입니다. 또한 대인관계에서 친화력이란 친절, 미소, 긍정, 화합, 부드러움, 온화함, 용서, 수용. 포용 등의 고조된 감성 능력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마음의 순수성에서 발현될 가장 자연스러운 해법입니다. 
결국 CCTV와 같은 기기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란 수행(명상, 수련, 영적 탐구 활동)을 통하여 자기 성찰과 친화력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된다면 아무리 기기 문명이 인간을 예속할지라도 이를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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