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석 소장

축제의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종교적 오신(娛神)기능, 사회적 통합(統合)기능, 경제적 생산(生産)기능, 전통문화 계승(繼承)기능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고대 사회의 축제는 공동체의 삶속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동참하는 신성한 제의(祭儀)였으나, 인위적으로 만든 현대 축제의 대부분은 그 질이 떨어지고, 지역민의 참여도가 낮은 이른바 축제를 위한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본고에서는 현대 지역축제의 문제점과 해결해야할 과제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축제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축제의 기능은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생활의 활력소를 보충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일체감을 조성하는데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축제의 성격은 무엇보다도 지역주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징이 있는 축제이어야 하고 지역민들 대다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더불어 즐기는 놀이마당이 되어야 한다.

2018112일에 개최한 경남 남해군의 이순신순국제전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기로 한다. 먼저 이 행사의 성격은 축제가 아니라 추모제(追慕祭)이다. 추모제는 엄숙하고 경건한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한 보통의 축제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제전(祭典)의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모제에 걸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노량해전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나, 순국 영령을 위로하는 진혼무, 그리고 승전을 축하하는 검무(劍舞) 등은 이 제전의 성격에 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대중가수를 등장시킨 밤무대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관중 없는 축포 순서는 행사의 성격과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오히려 이순신과 관련된 청소년들의 글짓기대회, 순국공원 주변의 그림그리기대회, 이순신정신을 노랫말로 하는 힙합대회, 임진왜란 퀴즈대회, 노량해전 학술대회, 휘호대회, 시조창대회 등의 순국제전(殉國祭典) 성격에 맞는 행사가 낮 시간에 이루어졌으면 좋을 것 같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순국제전의 개회식이 끝나고 무대에서는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데 단체장이 다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바쁘게 자리를 뜨자 참석자들도 덩달아 떠나버린 객석에는 빈 의자와 10여명의 관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징이 없는 축제는 외부의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그것이 그것이다라는 고정관념으로 뿌리내리게 되어 결국에는 껍데기축제’ ‘나눠먹기 축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결국 고사(枯死)하게 된다.

지나친 행사의 나열과 천편일률적인 베껴먹기식 모방축제나 특징과 우수성이 배제된 축제는 본래의 목표인 사회적 통합기능이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지역축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기 고장의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 등에 근거한 전통(傳統)이나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되어온 고유의 민속을 발굴하고 되살린 향토적 특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원초적인 제의(祭儀)성이 보존되어 야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는 살아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지역축제는 양적인 다양성보다는 질적인 우수성에 무게를 두어야 하며, 그 지역 특유의 세시풍속이나 민속놀이에 근거한 민속행사 위주의 축제이거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 자기 고장만의 특산품에 초점을 맞춘 정통(正統)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지역적 특징이 돋보이는 축제야 말로 향토문화의 꽃을 피우고, 외부의 관광객을 불러들여 경제적 열매도 거둘 수 있는 전통문화제로서 그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