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4일 진주 경남정보산업고에서 열린 재진남해군향우회 한마당체육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그곳에 다녀왔다. 이날 필자는 큰 울림을 받아 안고 돌아왔다. 그 울림이 너무 커서 오늘 칼럼의 주제로 정했다.

그 울림의 진원은 김희석 향우회장의 대회사였다. 그의 연설은 격식에 얽매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짧은 대회사 말미에 제가 구호를 선창하면 여러분도 따라 외쳐주십시오그가 외친 구호는 짧고 굵었다. “다시 태어나도 보물섬에서

갑작스런 회장의 구호제창에 향우들의 첫 번째 제창은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는 일치되었고 우렁찼다. 개회식이 끝난 뒤 필자는 그에게 어떻게 그런 구호를 생각해내었냐고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의외였지만 진솔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개회식 직전에 어느 면의 아무개 향우회장이 다시 태어나도 보물섬에서라는 구호를 회장이 외쳐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 짧은 표제어에는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사는 우리 향우들의 마음이 잘 녹아 있다. 몸은 비록 고향을 떠나 있지만 마음만은 늘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 향우들의 마음, 언젠가는 꼭 돌아가 지친 몸을 뉠 것이라는 향우들의 심리를 이토록 잘 담아낼 수 있는 표제어가 또 있을 수 있을 손가?

필자는 재진남해군향우회의 그날 행사 마지막 순서인 노래자랑이 시작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덕에 점심도 배불리 먹고 여전히 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신 배경훈 초대회장을 뵐 수 있었다. 또한 남해중학교 수학교사로 교편을 잡으셨다는 79세의 류승우 선생 옆 자리에 앉아 군수를 2(김두관, 장충남)이나 길러냈다면서 뿌듯해 하시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필자가 그날 재진향우회의 행사 내용에 대해 많은 지면을 동원하여 아무리 세세하게 묘사한다고 한들 다시 태어나도 보물섬에서라는 이 한 줄의 표제어를 주제로 삼은 이 칼럼의 효과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남해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일들은 결코 현재 남해에 사는 군민들 것만은 아니다. 향우사회도 일일의 고향의 일을 알고 있다. 특히 망운산 풍력발전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고향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역대 배경훈 회장도, 이용백 회장도, 채상종 회장도 언론인이라면서 나타난 필자에게 망운산만은 버리면 안 된다고 신신 당부를 했다.

향우회 원로들의 이 같은 당부 속에도 다시 태어나도 보물섬에서라는 메시지가 녹아 있다. 이 표제어는 앞으로 어느 향우회를 막론하고 각종 행사장에서 외쳐질 구호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필자는 이 칼럼을 읽는 향우들에게 자기가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이 간명한 애향구호를 힘차게 선창해주길 당부하고 싶다.

하지만 그날 재진남해군향우회 행사장에서 필자가 맛본 울림이 끝내 아림으로 치환되고 마는 것은 참여인원의 감소현상이다. 속도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지역향우회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우회 조직이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조류일 것이다. 보물섬남해향우회는 어느 시점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가슴 아림이 일어난다.

시대의 큰 조류를 다시 태어나도 보물섬에서라는 표제어가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크게 외쳐야 한다. 우린 남해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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