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가칭 남해보물섬고등학교 설립 지원을 위한 당사자 간 협약이 체결됐다. 이로써 어디에 학교를 세울 것이냐를 가지고 3년 넘게 끌어온 보물섬고등학교 설립 문제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여기서 당사자라 함은 경남도교육청과 남해군, 그리고 입지예정지인 옛 서창선초등학교가 있는 창선면 율도마을 주민을 말한다. 협약내용은 율도마을 주민들이 보물섬고등학교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내세운 사항들을 남해군이 들어주기로 한 약속들이다. 
어쨌든 율도마을 주민들은 이 협약을 통해 남해군으로부터 30억 원이 넘는 마을환경개선사업비를 확보했다. 현재에 이르는 결과를 놓고 율도마을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시간을 끌면서 성과를 올린 것이지만 보물섬고등학교가 절실히 필요한 상주중학교 3학년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답답한 결과가 된다.             
본지가 굳이 이 사안을 오늘 이야기의 주제로 삼는 것은 우리가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 그 방향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때를 놓칠 경우 얼마나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지 깊이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보물섬고등학교에는 ‘민간위탁형’, ‘공립’, ‘다양한 학교’라는 수식어가 중첩으로 붙어 있다. 이 수식어들은 오로지 명문대 입시만을 위해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가 실증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설명들이다. 명문대 진학률을 제일기준으로 삼는 현실에서 학교는 자연히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관심과 애정을 집중하게 돼 있다. 이런 학교에서 학과성적은 나빠도 자기만의 관심분야와 특별한 소질을 가진 학생들은 설 곳을 잃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그들의 특성에 맞는 다른 학교가 필요하다. 그런 학교가 그런 특성을 가진 학생에게 제공되지 않을 경우 그 학생은 학교에서 소외되고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한 애초부터 학부모가 학생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학교교육을 거부하고 대안교육을 하는 학교를 찾아나서는 사례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들에게 필요한 학교가 바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생태체험을 중심교과로 진정한 삶의 가치인 행복을 중히 여기는 학교다. 이를 대안학교로 부르며 경남도교육청은 ‘다양한 학교’로 부른다. 
지금까지 이런 대안학교의 대명사는 사립학교인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와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학교’였다. 그런데 사립학원만이 할 수 있었던 대안학교를 공립학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모델이 바로 창원시 진동면 태봉마을에 있는 공립 태봉고등학교다. 태봉고등학교는 공립 고등학교도 혁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태봉고등학교를 성공모델로 만든 사람이 바로 상주중학교로 온 여태전 교장이다. 여태전 교장은 남해로 오면서 상주를 대한민국의 대안교육 메카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 프로젝트 이름이 상주대안교육공동체마을이었다. 상주중학교는 여태전 교장의 공약대로 대안교육 농어촌학교로 거듭나 많은 학부모들을 상주로 불러들였다. 그 학부모들은 동고동락이라는 교육공동체협동조합을 만들어 상주 지역사회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선순환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여태전 교장이 꿈꾼 큰 꿈은 벽에 가로 막혔다. 상주학원이 소유한 금산입구의 땅에 고등학교를 짓고 교육공동체마을도 형성하겠다는 여태전 교장의 포부는 단시간에 지역 주민들이 깊이 이해할 수 없는 한계로 인해 벽에 부딪혔다. 보물섬고등학교 설립은 결국 돌고 돌고 돌아 창선면 율도마을에 있는 옛 서창선초등학교에 짓는 것으로 귀착됐다. 
문제는 그간에 잃어버린 시간이다. 현재 상주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3학년의 경우 진학할 대안고등학교가 없다. 그들은 다시 다른 지역에 있는 대안학교를 찾아 떠나야 한다. 만약 상주 주민들이 대안교육에 대한 오해 없이 보물섬고등학교를 빨리 받아들였다면 현재 상주중학교 2, 3학년 학부모들이 새로운 대안학교를 찾아 상주를 떠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연계되었으면 그것의 선순환효과로 상주의 앞날은 화창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 돼버렸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주체는 결국 여태전 교장과 같은 인재다. 이런 인재를 받아들이는 지역이 지역 간 경쟁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다. 상주가 대안교육의 메카로 살아난다면 그것은 결국 남해의 승리다.
상주면이 대한민국 최고 대안교육의 메카로 올인할 수 있는 기회는 비록 놓쳤지만 보물섬고등학교가 남해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창선면 율도마을에 들어선다. 보물섬고등학교를 짓는 데는 약 120억 원의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율도마을은 보물섬고등학교를 마을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마을의 자랑거리이자 대표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   
상주중학교와 보물섬고등학교는 경남도립남해대학과 같이 급격한 인구감소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돌파구로서 남해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보물섬고등학교를 받아들이는 그간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다른 새로운 분야에서도 세상이 발전해 가는 방향을 한 발 앞서 알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것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한 교훈을 얻기 위해 우리는 다만 조금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을 뿐이다. 이제는 보물섬고등학교의 성공적인 개교를 위해 온 군민이 힘을 모을 때다. 
보물섬고등학교 설립의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본지는 창의적 콘텐츠를 들고 오고자 하는 다양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만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남해의 발전대안이라는 것을 힘주어 말하고자 한다. 본지는 늦어지긴 했어도 보물섬고등학교 설립 계획이 실현되는 것을 진심으로, 진심을 다해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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